(서울=연합인포맥스) 제일모직[001300]이 독일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 업체인 노바엘이디(NOVALED)를 인수한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올해 초부터 진행했던 거래다.

제일모직이 출자해 50.1%를, 삼성전자가 40%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9.9% 지분은 이미 삼성벤처투자가 보유 중이다.

이번 인수 중심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동생인 이서현 부사장이 있다.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부사장을 겸임하는 그는 올해 제일모직의 전사경영기획을 담당하면서 OLED 사업에 부쩍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그는 지난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소장으로 출발, 2009년 양 사 전무를 거쳐 2010년부터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시기부터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의 인수 행보도 빨라졌다.

제일모직은 2011년 11월 고가의 악어백 제조사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이하 콜롬보)'를 인수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7월 미국 중견광고회사 맥키니와 8월 중국 광고회사 브라보를 잇달아 인수했다. 2008년 영국 광고회사 BMB, 2009년 미국 TBG, 중국 OTC를 인수한 후 잠시 잠잠했던 M&A 활동이 재개된 것이다.

제일기획은 아예 지난해 결산부터 현금배당을 유보하고 자사주 취득이나 M&A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부사장은 공격적인 경영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이 수행한 M&A 내용과 이 부사장 성격을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른바 청담동 며느리도 아닌 시어머니만 가질 수 있다는 콜롬보 브랜드를 인수하는 데 든 비용은 수십억원 정도다. 그럼에도, 거래 성사까지 수개월이 소요됐다.

맥키니와 브라보 인수대금도 수백억원 정도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맥키니 인수 대금을 500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각각의 인수대금이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의 현금창출력과 보유현금을 고려할 때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

이번 노바엘이디 인수금액은 약 3천100억원(삼성벤처투자분 제외). 삼성전자와 나눴기 때문에 제일모직은 1천731억원을 부담했다.

제일모직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올 3월 말 연결기준 1천943억원에 불과했다. 재무 완충력을 고려할 때 상당 부분 외부 차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73.3%, 24.5% 수준임을 고려할 때 차입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현금창출력(EBITDA)이 5천300억원 정도라고 보면 노바엘이디 인수가 크게 부담스럽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제일모직은 유력 후보라는 시장 예상에도 웅진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부사장은 '신중하게' '분야별로' '작은 회사를' '하나씩' 인수하고 있는 셈이다.

평소 이 부사장의 성격도 상당히 신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만난 인사들은 이 부사장의 신중하고 예의바른 태도에 놀랐다고 전한다.

IB 관계자는 "제일모직이 충분히 탐낼 매물에다 대출을 비롯한 인수금융 구조까지 만들어서 찾아갔으나 완곡히 거절당했다"며 "안정적인 재무를 저해할 모험을 감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의 글로벌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제일모직의 경우 패션과 케미칼, 전기전자재료의 포트폴리오를 지난 종합기업을 변모시키고 있으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보수적이라고 할 만큼 신중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금이 풍부한 삼성전자도 작고 강한 벤처기술기업 인수에 주력하듯 이 부사장도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리스크가 큰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훨씬 더 조심스럽게 인수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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