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는 9월에 뉴욕에서 미국 내 금융인재를 뽑으려고 한국의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인재채용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국민은행,산업은행,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 등 17개사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고 한다.

당연히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겠지만, 미래의 CEO를 꿈꾸며 지원할 국외파 젊은 피들이 현재 진행되는 서울의 관치금융 논란을 어떻게 볼지 자못 궁금하다.

외국에서 공부하며 꿈을 키운 이들은 서울 본점에서 CEO가 되려면 능력을 검증받기보다는 관치의 낙하산을 어떻게 잘 타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할까.

국내 대표은행의 한 직원은 이런 분위기를 자조적으로 이렇게 토로했다.

"국내은행에서 부장급 이하 직원은 똑똑한 스펙의 일류들이고, 이들을 관리하는 간부는 이류이고, 최고 CEO는 관치로 낙하산 타고 내려온 삼류다".

최근 청와대 비서실 인사가 단행되자 금융계에 각종 설(說)이 난무했다. 예컨대 실세가 교체되면서 그가 뒤를 봐줬다는 고위 금융관료 A씨와 B씨가 곧 낙마할 것이고, C 금융지주 회장의 입지도 어찌 될지 모른다더라. 또 D 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난 것도 이 실세에게 찍혔기 때문이다. E 금융지주 회장의 부인은 대통령과 막역한 관계고, 그가 금융지주의 합병 현안을 언급하면 금융관료들도 눈치를 살핀다더라. 새로 선임된 F 은행장은 대통령 친인척과 특수관계 덕분인데, 그는 지주사 회장보다 힘이 세다더라….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루머'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현재 한국 금융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후진적인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형 소문이 아닐 수 없다.

은행의 '거버넌스'가 정·관계의 관치로 골병드는 동안 저금리와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면서 2분기 이들의 순익은 1조1천억원으로 작년보다 반 토막이 났다. 문제는 내년과 그 이후의 수익성이 더 나빠진다는 점이다. 해운, 조선, 건설업의 불황으로 부실채권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은행 CEO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는 오히려 은행 직원의 숫자만 더 늘어간다. 인터넷과 모바일, ATM기기의 비중이 증가해 은행 지점의 일감은 줄어드는데도 종사자의 숫자는 10만 명을 넘어섰고, 평균 연봉은 7천5백만 원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지주와 은행장, 임원들의 인사를 주무르고, 선임된 이들은 또 노조에 휘둘려 수익성이 악화해도 인력과 지점 감축은 시도조차 못 한다. CEO들이 임기 동안 노조에 선심 정책만 적당히 쓰면 되고 금융당국도 오불관언이다.

관치금융의 주역과 CEO들이 서로 묵인하에 은행 경영의 '도덕적 해이'가 진행되면 은행은 다시 한번 망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외국에서 공부한 고급 인력을 뽑아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 과연 무슨 큰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본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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