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지난 2008년 4월에 중국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베이징 현대차 공장을 방문하는 기회를 얻었다. 걸어서는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큰 공장 안에서는 현지 직원들이 국내와는 외관이 다른 아반떼를 생산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문득 노사관계나 중국 당국의 지원 등에 궁금증이 생겼다. 체제가 다른 국가의 정부는 외국 기업보다 철저히 자국 직원들 편에 서서 노사관계를 중재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장 관계자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데 어려움도 있었고 현지인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그러나 이제는 '어려운 일 있으면 즉시 얘기해달라'는 중국 당국자들이 많아졌고 노사관계도 더없이 좋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NYT)는 2011년 2월 2개 면을 할애해 경제면 톱기사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 앨라바마주와 조지아주 지역경제를 급성장시켰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실업난에 빠졌던 도시를 성장하는 경제도시로 유령도시를 활기찬 문화도시로 바꿨다는 표현까지 썼다. 지역 평균보다 2배가 넘는 급여와 후한 복리후생으로 선망의 대상이 됐다고도 전했다.

앨라바마 공장의 생산부사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 유니폼을 입고 거리에 나가면 록스타 대접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미국과 중국 외에 체코와 인도,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현지에서의 대접은 다른 곳도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적으로 실업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고용만 해주겠다면 한마디로 '어서 오십시오' 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14일 새벽 파업을 결의했다.

노사는 지난 5월2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협상을 벌여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대기업, 특히 현대차 파업에 대해 언론은 비판적이다. 여론도 평균 임금이 얼마이고, 복리후생이 어떻고 하면서 제시된 숫자를 보면서 파업에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간다.

사실 생산직 근로자가 받는 기본급은 알려진 것보다 적다. 초과근무를 통해 수당으로 일정 수준의 임금을 채워야 하는 구조다. 당연시되는 초과근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러나 잦은 파업으로 점점 심정적이나마 동조했던 사람들도 잃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또, 다른 기업 근로자의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한 요구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 노조는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상여금 80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보장,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지원금 1천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대학 미지학 자녀에 대한 지원금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노동운동 진영에서도 대기업 위주의 투쟁전략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늘 있어왔다. 대기업 노조 파업시 수많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사업상 필요에 의해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리기는 하지만, 잦은 파업으로 한국에 본사와 브랜드만 남게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다 정말 'MADE IN KOREA 현대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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