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대기업이 올해 2분기 판매관리비를 극도로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이익 하락세에 제동을 걸었다.

백화점은 소비 침체 탓에 고급 의류 같은 고마진 상품의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형마트는 정부의 영업 규제 영향이 여전했다.

이처럼 수세에 몰린 유통대기업이 전사적인 '판관비 다이어트'에 들어간 것.

가장 효과를 본 곳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이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과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롯데백화점의 총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1.5% 줄어든 2조850억원이었지만, 영업익은 전년동기보다 3.7% 늘어난 1천970억원이었다.

국내 롯데백화점의 전년동기대비 영업익 증가율은 지난 2011년 전년동기보다 2.9% 늘어난 이래 마이너스(-) 행렬을 이어왔다.

작년 1분기 -16.6%, 2분기 -16.7%, 3분기 -19%로 죽을 쑤다가 4분기 강추위에 따른 겨울 의류 수요로 1.1%로 플러스(+)로 반짝 돌아섰다.

올해 1분기 -5.5%를 보이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2분기 플러스 성장률을 냈다.

국내 롯데마트의 총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3.8% 늘어난 1조5천670억원이었고, 영업익은 전년동기보다 무려 9% 늘어난 850억원이었다.

국내 롯데마트 또한 그간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왔다.

국내 롯데마트의 전년동기대비 영업익 증가율은 지난 2011년과 작년 1분기 각각 11%, 14% 증가한 이래 쭉 역성장했다.

작년 2분기 -10.3%, 3분기 -7.5%, 4분기 -4.9%, 올해 1분기에는 무려 -21.4%였다.

롯데쇼핑은 이 같은 영업익 턴어라운드에 대해 원가율 개선과 마케팅 비용 절감 등 판관비를 전사적으로 절감한 덕이 컸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하반기에 판관 비뿐만 아니라 설비투자(CAPEX) 관련 비용까지 줄일 방침이다.

작년 중국에서 8개 점포를 새로 열었던 롯데마트는 올해 신규 출점 수를 19개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외 사업 부분을 포함한 연간 영업손실 규모를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고자 올해도 10여개의 신규 점포만 내기로 최근 목표를 낮췄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의 국내외 CAPEX 계획은 연초 2조2천억원이었지만, 현재 1조9천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롯데쇼핑은 CAPEX를 1조9천억원보다 더 줄이고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도 판관비를 대폭 줄인 덕분에 비교적 선방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개별기준으로 신세계의 2분기 총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0.6% 줄어든 1조84억원, 영업익은 전년동기보다 0.9% 줄어든 494억원으로 추정된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온라인몰에서 모두 판관비를 대폭 줄이고, 온라인몰에서 백화점 상품의 비중을 늘려 마진을 개선했다.

이마트의 경우 개별기준으로 2분기 총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1.6% 줄어든 2조9천346억원, 영업익은 전년동기보다 5.3% 줄어든 1천836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마트는 이마트몰의 손실 폭을 대폭 줄이고, 트레이더스의 흑자 전환에 성공해 영업 환경 악화에도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판관비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상반기 비정규직 인력의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그 비용이 하반기부터 회계상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판관비 관리에서 가장 재미를 못 봤다.

현대백화점은 올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2.7% 늘어난 3천722억원이었지만, 영업익은 전년동기보다 4.2% 줄어든 1천81억원이었다.

가전과 가구 등 저마진 상품의 판매가 늘어 실속을 못 챙겼다.

여기에다 작년 8월 개점한 충청점 탓에 판관비가 대폭 늘어 영업익을 더 떨어뜨렸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2분기 판관비는 전년동기대비 인건비가 1.6%, 경비가 9.1%, 판촉비가 3.2% 늘며 대폭 늘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작년 8월 개점한 충청점의 감가상각과 인건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에는 코엑스점 증축으로 수익성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 환경이 나빠질수록 판관비를 줄여 당장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에도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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