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주요 증권사 센터장들은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때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야기된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19일 진단했다.

김일성이 사망할 때는 후계구도가 명확했지만 김정일 삼남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확고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지목된 후 김일성 사망 때까지 20여년간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김정은은 1982년생으로 지난해 9월에야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센터장들은 김정일 사망에 따라 코스피가 충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며 남북관계 불확실성이 커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일부 센터장들은 다만 코스피에 대한 지정학적 충격이 지속된 경우가 없다며 단기 충격은 곧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김정일 사망을 과거 김일성 사망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 센터장은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에는 후계 구도가 명확했는데, 지금 김정일은 후계 구도를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집단 지도체제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국내 증시에도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인 경우 지정학적 위험은 빠르게 소멸되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일 사망이 통일논의와 군사문제로 이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사태가 어떻게 흐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센터장은 "유럽 문제 외에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 수 있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며 "`엎친 데 덮친 격'이며 북한체제가 안정될 때까지 주식시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 체제로 넘어갈 때는 안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정권 교체가 확실치 않은 상태여서 일어난 일인 만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라며 "주식시장에도 악재이며 북한의 정권 안정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김일성 사망 때도 불확실성으로 불안했는데 안정이 되면 주가 반등이 가능하다"며 "지금은 후계자가 제대로 권력을 잡은 상황이 아니어서 북한 정세를 좀 더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불거질 때는 현금화 전략이 바람직한데 현재는 유럽 위기와 김정일 사망이라는 외생변수가 모두 한꺼번에 작용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면 "김정일 사망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지만, 단기간 충격에 그쳤다가 곧 복원력을 보일 것"이라며 "현재 국내 증시는 유럽 재정위기 이슈에 따라 이미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북한 이슈 하나로 더 많이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 중국, 미국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작다"며 "김일성 사망 때도 국내 증시는 단기간 충격을 보이다가 곧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용대인 동부증권 센터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관련국들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투자 심리가 안정돼 코스피가 낙폭을 계속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김정일 사망이 우리 금융시장에 단기적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다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이런 정치적 이슈는 단기간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당장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민란이나 쿠데타와 같은 추가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1~2일 사이에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남석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위기 국면이라고 보는 것은 후계 체제 구축이 안 돼 있어 불안한 것"이라며 "현재 상태로는 일단 관망이 최선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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