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금융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신흥국 자산에 대한 회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원화채권의 강세 시도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 참가자들은 서울채권시장의 강세 관성이 꾸준한 점과 외국인 선물 순매수에 대한 기대 등이 국내 기관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일 국채선물 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선물(KTB) 9월물은 오후 2시2분 현재 전날보다 11틱 상승한 105.55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선물(LKTB)는 46틱 급등한 110.75를 기록하고 있다.

오후 들어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인도의 루피화는 사상 최저까지 떨어지면서 글로벌 자산가격이 급변한 영향을 받았다. 두 국가의 금융위기설이 글로벌 시장을 흔드는 셈이다.

이와 함께 코스피는 1,900선을 밑돌았고 달러-원 환율은 상승폭을 더했다. 홍콩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의 급락세를 쫓아갔다.

하지만, 우리나라 채권금리는 아시아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 국채금리와 동반해 떨어졌다. 장기물도 되돌림을 활발하게 진행해 불 플래트닝(전체적인 금리 하락 속에 장기물 금리가 더 떨어짐) 현상이 나타났다. 신흥국의 위기가 나타나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트리플 약세로 가던 과거의 패턴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우선 서울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들이 매도 기조를 꺾을 가능성에 베팅하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채권 딜러는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 순매도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3만 계약에 다다르면서 이들의 숏커버성 매수를 기다리는 시장 참가자들이 있었다"며 "마침 10년 선물을 대거 사들이자 국내 기관이 장단기 가리지 않고 추종매수에 나서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강세장에 유독 강한 관성을 지닌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리스크 오프 분위기에서 원화채를 어느 자산 군에 넣어야 하는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데, 결국 방향성을 모를 때는 미국채를 따라가자는 심리가 큰 듯하다"며 "최근 손실을 많이 입은 기관들이 단타 매매의 기회로 삼고 강세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은행의 채권 딜러는 "결국 미국채 금리 급등에 대해 금리수준이 다소 올라간 박스권이 만들어지고 우선 유입된 단타 매매 세력들의 영역이 넓어졌다"며 "휴가철도 끝난 만큼 장중 변동성에 다시 주의를 해야 할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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