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바닥을 다지는 듯 보였던 주식시장에 불안이 엄습했다. 이번엔 미국발이 아닌 아시아 신흥국발 파장이다.

20일 코스피는 1.5% 이상 고꾸라지며 1,900선을 내주고 말았다.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자금이탈 우려가 증폭되며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금융위기설이 돌았기 때문이다.

아시아발 위기설은 미국발 파문의 연장선상에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출구전략 시동설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신흥국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로 성장이 둔화하는 국가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금리 상승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미국의 통화팽창 정책 이후 가장 많은 핫머니가 유입된 곳이기 때문이다. 2003년 이후 약 17배가 상승한 인도네시아 증시는 버블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브라질, 터키, 이집트 등 국가들의 정정불안과 美 양적완화 축소 시사에 따른 전반적인 신흥국 부채의 금리 민감도 확대는 국내 증시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불안감에 국내 기관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며 지수가 밀렸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돈', 즉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신흥국 위기설과 맥락이 다르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한국은 동남아에 비해선 훨씬 적은 핫머니가 들어왔지만, 이후 외국인 순매수와 코스피가 동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도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두려움은 이보다는 실적 장세로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는 데에 증권가의 의견은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적 장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한국 증시엔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문제점은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높고, 단기 외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재정수지 역시 GDP 대비 2% 내외로 안정적이다. 대외 채무에 있어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외채 비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 중에서도 양호한 수준이다.

또한 지난 6월에 발생한 `버냉키 쇼크' 이후 주요 신흥국의 주가 반등폭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는 약 65%를 되돌림해 차별화를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외국인 자본 유출이나 신흥국 엑소더스 영향을 덜 받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국내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양호한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하반기 실적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국의 차별적 경기모멘텀이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될 수 있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세가 한국의 수출을 꾸준히 유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점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아시아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되는 결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위기설은 경계해야 하지만 막연한 불안감으로 증시에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