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국의 양적완화(QE) 조기 축소로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국내 은행이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신흥국에 대한 외화 익스포저가 작은 데다 충분한 외화 유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국가 부도위험이 치솟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부도 위험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기도 하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인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7개국에 대한 외화대출금과 유가증권, 지급보증 합은 지난 6월 말 현재 총 81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 총 외화 익스포저 2천700억달러의 3.0% 수준이다.

금감원은 신흥 7개국 통화 약세에 따라 외화자금시장 동향을 긴급 점검한 결과 국내 은행들은 필요한 외화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상황을 가정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모든 국내 은행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3개월간 자체적으로 외화유동성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자금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신흥국은 치솟고 있지만 국내 은행은 큰 변화를 나타내지 않았다.

연합인포맥스의 국가별 CDS 프리미엄 추이(화면번호 2485번) 등을 보면 인도네시아의 CDS 프리미엄은 21일 현재 276bp로 전일보다 12bp 올랐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나라의 CDS 프리미엄도 동반 상승했다.

같은 날 말레이시아는 152bp로 전일보다 12bp 올랐고, 태국과 터키는 각각 6bp와 8bp 상승했다.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0bp와 8bp 올랐다.

반면 국내 은행의 CDS 프리미엄은 21일 현재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93bp와 95bp로 전일보다 1bp와 2bp 하락했다.

수출입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91bp와 103bp로 전일과 같았다.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4bp와 3bp 올랐다. 하나은행, 외환은행은 4bp, 3bp 상승했다.

국내 은행의 CDS 프리미엄이 이처럼 견조한 것은 신흥국들이 외채증가와 경상수지 적자 등 펀더멘털 부진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한국은 대외 건전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잠정)'를 보면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6월 말 현재 4천118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15억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단기외채는 1천196억달러로 지난 분기보다 26억달러 줄었다.

한국계 채권 발행에 대한 전망도 밝다. 금융전문지 IFR은 "아시아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물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견조하다"며 "한국물 가산금리가 축소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대비 대외 채무 비율은 1.26배로 루피화 하락이 벌어지고 있는 인도(1.34배)와 비슷한 수준이라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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