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인도 루피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달러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절하된 가운데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원 환율이 다시 상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2일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강화로 달러화가 1,13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서울환시에서 달러 공급 우위가 여전한 만큼 달러화가 단기간에 연고점까지 상승하기 어려울 것으로도 전망됐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전반에 걸친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달러화가 레벨을 높일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시아 금융위기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거치면서 경제 체질이 바뀐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화가 대내외 상승 재료로 1,13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겠지만, 펀더멘털 측면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연고점 수준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6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누적 흑자액은 297억7천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월 경상수지 자체도 72억4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17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중공업과 건설 업체 등의 대형 해외 프로젝트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삼성중공업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등 8월 한 달 동안 국내 건설, 중공업 업체가 수주한 금액은 8억 달러를 웃돌았다.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달러 공급 우위 기조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화가 올라도 역내 수급에 막히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본다"며 "기본적으로 서울환시에서 달러 공급 우위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대내외 상승재료에도 달러화가 둔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주변국으로 전이되면 달러화 상승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와 신흥국 불안이 맞물리며 올해 안으로 달러화가 다시 연고점 테스트에 나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아직 우리나라가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흥국 불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다른 국가로 전파되고, 이에 더해 미국이 자산매입 축소에 나서면서 달러화가 올해 안으로 연고점 테스트에 재차 나설 가능성도 고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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