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한국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한국 금융당국은 '한국과 여타 아시아 신흥국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국은 경상수지 흑자기조와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을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차별화 근거로 꼽았다. 최근 인도 루피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원화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2일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한국과 다른 아시아 신흥국이 차별화되는 가장 큰 배경"이라며 "하반기 유가가 변수이긴 하나,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해야 할 이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외화가 유입되는 현상이 아시아 신흥국 금융불안에서 촉발되는 외환시장 위기에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의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반면 최근 신흥국 위기를 촉발한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GDP 대비 5.1%와 2.8%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한국은 GDP 대비 3% 전후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기재부 다른 관계자는 "8월에도 외국인 주식자금이 유입되는 데다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금융불안의 정도는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원화는 8월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는 여전히 7월 말과 비슷한 수준이고, 외국인 주식자금도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달리 여전히 유입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8월 들어 21일까지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0.56% 오히려 절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인도 루피화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8월에만 5.15% 절하됐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5.32%나 절하됐다. 태국 바트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각각 2.04%와 1.41% 절하되는 등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외국인은 8월에도 코스피시장을 통해 7천30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또한 외국인이 아시아 신흥국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것과 다른 모양새다.

그러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신흥국 금융불안을 마냥 안심하고 지켜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일 "현재로서는 한국이 차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 등에서 우리나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고, 환율 변동성도 크지 않다"면서도 "외환 및 금융시장은 언제든 충격이 있을 수 있어 국제금융시장 동향 등에 대해 긴장감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국제금융센터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 펀더멘털이 양호한 국가는 차별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신흥국 금융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이 신흥국을 대표하는 대용(프록시) 투자처로 활용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양호하나, 한국 금융시장이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신흥국을 대표하는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외국인이 신흥국 자산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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