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신흥시장 통화가 추락하는 악순환 고리가 강화되고 있다고 CNBC가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진단했다.

신흥시장 통화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미 국채 금리가 추가로 상승하고 상승한 금리가 다시 신흥시장 통화를 끌어내리는 일종의 '악순환(self-reinforcing cycle)'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초 2%를 밑돌았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 완화 정책을 9월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화되면서 미 국채금리는 최근 2.87%까지 상승했다.

BOA-메릴린치의 마커스 휴이 금리 담당 전략가는 국채 금리가 매우 낮을 때는 금리차를 이용한 재정거래가 덜 매력적이라며 이 때문에 양적 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현금이 신흥시장 채권이나 통화와 같은 위험자산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리가 다시 오르자 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휴이 전략가는 신흥시장 통화에 대한 매도세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은 금리가 오르자 다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시장 통화 가치가 추락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인도를 비롯한 신흥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할 수 있다는 공포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후 외국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미 국채 보유액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이 전략가는 미 국채에 대한 급격한 매도세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이러한 우려가 남아 있다며 만약 신흥시장 통화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면 이러한 공포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두 가지 이유로 채권과 외환 시장 간의 악순환 위험이 고조됐으며 신흥시장들이 보유한 미 국채 보유분의 가치 하락도 악순환 위험을 강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달러화가 한 달 내 루피화에 대해 70루피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 글로벌 마켓츠 리서치의 타이무르 베이그 이코노미스트는 "양적 완화 정책으로 풀린 유동성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은 올여름 인도,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많은 신흥시장 국가들의 취약성을 노출시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국가의 자산 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받았지만, 단기적으로 이 역풍이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