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통화스와프(CRS)시장이 한주 사이 40bp 가까이 급등하는 등 신흥국발 외환위기 우려에도 상승 추세를 이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CRS 상승은 표면적으로 부채스와프에 대한 기대감이 꾸준한 덕분이지만, 실제 물량과 관계없이 시장이 이상 과열을 보인다는 진단도 있다. 소수 외국계은행이 시장의 얇은 유동성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장기 CRS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스와프업계에 따르면 CRS는 10년물 기준으로 지난주말 2.36%에서 전일 2.61%까지 뛰어올랐다. CRS의 오름세 속에 스와프베이시스(CRS-금리스와프(IRS))는 10년 구간이 지난 4월30일 이후 처음으로 역전폭이 100bp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CRS가 장기 구간을 중심으로 오르는 데는 부채스와프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부채스와프란 공기업을 위주로 국내기관들이 외화채권을 발행해 확보한 달러자금을 CRS 페이를 통해 원화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CRS가 하락할수록 부채스와프 수요가 증가한다.

다만 부채스와프 물량을 받은 일부 외은들이 과도하게 CRS 장기구간을 끌어올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량 실수요보다 과도하게 CRS 페이에 나서며 CRS 커브를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는 게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A외은지점 딜러는 "유럽계와 일본계 은행 등이 부채스와프 물량을 받았는지 며칠동안 계속해서 5년 이상 CRS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실제 물량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나, 5년과 7년, 10년 구간 등으로 CRS를 일단 올려놓고 보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B외은 딜러도 "특정 외은들이 CRS 장기구간 종가 관리를 하고 있다"며 "공기업들의 외화채 발행이 사모로 진행되는 데다 반대 거래라고 할 수 있는 에셋스와프가 없다보니 CRS가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C시중은행 딜러는 "현재 CRS 레벨에서는 부채스와프 레벨 메리트가 많지 않지만 지금 와서 특정 은행들이 과도한 베팅에 나서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대기 중인 부채스와프 물량이 있다고만 추정할뿐 적정 레벨에 대해서 평가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CRS 장기 구간 상승에는 과거 부채스와프 거래에 따른 헤지 수요(CRS 페이)를 일부 은행들이 뒤늦게 손절로 처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부채스와프에 대한 정확한 실체 없이 시장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D외은 딜러는 "이달 초에 대기업 계열에서 나온 부채스와프 거래를 스와프은행 측에서 헤지를 완료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손절 성격으로 CRS 페이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 또는 미래 시점의 부채스와프는 CRS 레벨에 반영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E시중은행 딜러는 "부채스와프에 대한 태핑이 이어지는 등 대기 물량 기대감에 따라 CRS가 상승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현재 레벨에서 부채스와프의 메리트가 크다고 판단하는 시장 참가자들이 많지 않은 만큼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CRS 10년 구간의 추가 상승폭은 최대 10~20bp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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