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고민에 빠졌다.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따라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위기설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설 신흥국 내 머물지 않고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의 금융위기설 여파로 코스피는 요동치고, 환율도 변동성을 확대하자 정부는 일단 외국인 투자자들이 `셀 코리아'에 나서는 것을 차단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는 안정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국과는 경제펀더멘털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대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정도의 대외 홍보 외에 마땅히 할 것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 침묵이 금(金) 될 수도

정부는 미국이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국제 자본이동이 활발해졌고, 이제 돈을 거둬 들이려고 하니 그간 자본유입이 상대적으로 많아던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이러한 판단이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즉 신용팽창과 수축에 따라 자산버블의 형성과 붕괴 등 이른바 붐-버스트(Boom-Bust) 과정을 거치고, 환율은 오버슈팅 혹은 언더슈팅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산버블은 소비와 투자의 촉진 뿐만 아니라 저축의 감소 및 통화의 고평가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무역수지를 악화시킴 무역적자가 심화된 상태에서 국제환경의 변화로 자본이동의 방향이 바뀌게 되면 국제자본의 이탈로 금융위기 혹은 외환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즉 버블 붕괴에 따른 금융·외환 위기는 시장의 실패 영역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개입보단 관망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내에서도 개입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3일 "버블붕괴에 따른 시장 패닉에 대한 최선의 처방은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부동산 가격과 주가, 상품가격 등의 하락을 겪고 가계도 이로 인한 부의 감소에 적응하도록 놓아두라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관망론은 금융시장이나 학계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 "적극적인 개입으로 공포확산 차단해야"

시장의 공포가 차단되지 않으면 금융위기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뿐 아니라 파괴력도 배가 된다.

거품 붕괴를 통해 투기와 광기를 시스템에서 정화해내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자칫 공포가 확산돼 디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투기꾼이 아닌 일반인들마저 신용경색으로 큰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상황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도 각국이 적극적인 개입이있었기 때문에 극복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공포를 차단하지 않으면 건전한 투자마저도 위축될 위험이 있고 아무리 높은 금리를 지불하더라도 자금을 얻을 수 없을 만큼 신용시장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방치하는 것은 결코 최선의 정책대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산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서는 것은 투자자들에게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투자자들이 자산을 매입할 때 정부의 지원과 개입을 기대한다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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