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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가을, 미국 프로야구 아메리칸 시리즈 챔피언십 결승전은 두고두고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첫째로, 뉴욕 양키즈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맞붙었기에 애당초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두 팀은 자타가 공인하는 라이벌. 소위 ‘밤비노의 저주’로 인하여 운명이 바뀌었으니 앙숙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밤비노의 저주? - 1920년, 레드삭스는 베이브 루스를 양키즈에 트레이드한다. 양키즈는 루스의 영입 이후 2002년까지 무려 26번이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한다. 한편, 레드삭스는 루스를 팔아치운 이후 쫄딱 망한 신세가 되어 수십 년간단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는 불운에 시달렸다. 베이브 루스의 애칭이 밤비노. 그를 배신했으니 저주에 시달린 것이라고 팬들은 믿었다.

두 번째 사건은 3차전에서 벌어졌다. 레드삭스의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공으로 양키즈의 타자 가르시아의 등을 때렸고, 가르시아는 분을 못 참고 마르티네스와 뒤엉켰다. 양 팀 선수들이 몰려나와 패싸움이 벌어졌다. 이건 흔한 일. 하지만 특기할 만한 것은 와중에 페드로가 73살의 양키즈 코치 짐머를 땅바닥에 패대기쳤다는 사실이다. 열 받은 양키즈는 결국 그 경기에서 이겼고 마르티네스는 패전투수가 된다.

세 번째 사건. 3차전 경기가 끝나자 양키즈의 투수 제프 넬슨과 우익수 카림 가르시아는 불펜에서 보스턴을 열심히 응원하던 구장 관리인과 또 한판 주먹다짐을 벌였다. 자기 팀 구역에서 상대방을 응원하는 꼴을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것. 카림 가르시아? 낯익은 이름? 그렇다. 우리나라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풍운아, 바로 그 ‘가~르시아♬’이다. 그는 양키즈에서 주전으로 뛸 정도로 유망주였다. 하지만, 타석에서 참을성 없이 아무공이나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 약점이어서, 여기저기 팀을 옮겨 다니는 운명이 되었다.

네 번째 사건. 두 팀의 챔피언십 시리즈는 7차전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경기에서 보스턴은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역투로 7회까지 5대2로 이기고 있었다. 사람들은 8회에는 투수가 바뀌리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그래디 리틀 감독은 8회에도 페드로를 기용하였고, 힘이 빠진 그는 급격히 흔들려 동점을 허용하였다. 연장전으로 돌입한 경기는 11회에 양키즈의 결승 홈런으로 끝나버렸다. 투수를 제때 교체하지 않아 역전패의 결과를 낳은 감독에게 보스턴 팬들의 비난이 빗발친 것은 당연지사. 리틀 감독은 경질되고 만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세상사는 이치와 똑같다. 참 재미있다. 만약 7차전에서 감독이 8회에 투수를 바꿨는데, 하필이면 그가 집중타를 맞아 패배하였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언론이나 팬들은 ‘성급한 교체’라고 감독을 비난하며 난리가 났을 터. 감독은 이러나저러나 욕을 먹게 되어 있다. 물론 경기가 승리로 끝난다면 사정이 다르다. 8회에 페드로를 계속 기용하였는데 그가 결국 승리를 일구어내었다면 언론은 ‘뚝심 야구’라고 찬사를 보냈을터이고, 반대로 투수를 교체하였는데 구원투수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였다면 이번에는 ‘절묘한 교체 타이밍’ 운운하며 칭찬하였을 것이다. 결과가 중요하다. 세간의 평가는 결과에 따라 달라지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결과를 알고 말하기 때문이다.

주식 때문에 고민이다. 팔까 혹은 살까? 어렵다. 이유는 분명하다. 금세 결과를 알기 때문이다. 야구 감독하고 똑같다. 그는 결과를 모른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과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투자자도 똑같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거나 파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에이고. 어렵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그래서 투자자들은 나 같은 (엉터리)‘예언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가보다. 하지만, 너무 믿지 마라. 나 역시 미래를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 다만 ‘확률이 높은’ 쪽을 일러준다는 정도이다. 애당초 인간은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없다. 앞날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 없이 당장 5분 후에 벌어질 일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술적분석’에 의존하는 것은 ‘족집게 예측’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확률’에 의존하는 것이 그나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목균형표 시간론을 이용하여 시장을 살펴본다. 왜냐하면 최근 코스피지수 차트에서 42(혹은 43, 44)라는 일목균형표 기본수치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장중 저점 1,934.89를 기록하였던 1월25일에서 고점 2,013.21을 기록한 3월29일까지가 43일이었으며, 또한 3월29일부터 역시 2,013.29의 고점을 만든 5월31일까지도 44일로 기록된다. 아울러 5월31일부터 최근의 고점이자 변화일이었던 1,939.28의 8월2일도 역시 44일이다. 일목균형표는 시간과 가격과의 관계를 따지는 유일한 기법인데, 코스피지수는 시간의 리듬 속에서 조화롭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2라는 수치를 활용하는 시간의 리듬은 다른 방향으로도 발견된다. 즉 고점이 아니라 저점, 즉 근래에 1,770.53의 저점을 만든 6월25일부터도 시간을 따질 수 있는데, 역시 최근에 저점을 기록한 8월22일까지가 42일로 나타난다. 42라는 수치가 고점~고점 혹은 고점~저점 등의 기간에서 하나의 시간매듭을 만드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1,838.52의 장중저점을 만들고 돌아선 8월22일이 변화일로 작용할 가능성(혹은 앞서의 표현을 빈다면 ‘확률’)은 매우 높다. 그리고 의당 1,838.52는 변곡점(=단기바닥)이 되리라 예상된다.

시각적으로도 8월22일은 변화일이 될 소지가 크다. 차트를 살피면 코스피지수가 일목균형표 구름 하단에 딱 걸린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구름 하단이 지지선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우리는 손쉽게 그날이 반등의 모멘텀이 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덧붙여서 캔들차트 패턴도 반전을 예고한다. 8월22일의 패턴이 도지(doji, 열十자 모양)이기 때문이다. 도지는 종종 지지선이나 저항선이 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 코스피지수는 지난주와는 달리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역시 일목균형표, 그리고 ‘확률’ 이야기인데) 이미 지수가 일목균형표 구름 안으로 들어선 탓에 반등이 강력할 공산은 높지 않다. 전환선이 걸쳐있는 1,883. 기준선 수준인 1,888. 구름상단 1,891. 그런데다 심리적인 1,900 등 저항선이 줄줄이 버티고 있으니 더욱더 그렇다.

(달러-원 주간전망)

내친 김에 달러-원 차트에서도 시간론, 혹은 변화일을 따져보자. 코스피지수에서는 42가 시간의 매듭으로 작용하였는데, 달러-원에서는 33이라는 수치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왜냐하면 최근 환율은 어김없이 33(혹은 34, 32)일을 주기로 하여 추세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살펴보자.

1,083원의 저점을 기록한 2월6일부터 환율은 상승하였는데, 단기 고점 이후 재차 하락하여 이전과 똑같은 1,083원의 저점을 만든 5월9일은 2월6일에서 32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달러-원은 다시금 오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상승세의 마지막 날은 이번에도 저점에서 32일째인 6월25일이었고, 당시 최고점은 1,153.50원이었다. 상승세가 일단 마무리되었으니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하락세가 내내 이어질 수는 없겠고, 앞서의 시간론을 근거로 한다면 우리는 고점에서 32일째 되는 날에 저점이 만들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한다면 환율은 32일째가 아니라 고점에서 34일째인 8월9일에 저점을 기록하였는데, 어쨌거나 33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변화일인 8월9일 이전의 추세가 하락세였고, 변화일을 고비로 달러-원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섰으니 당분간 달러-원은 오를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게 시간과 가격의 상관관계요 리듬이다. 다만(이것 역시 코스피지수와 닮은 점이다), 달러-원 환율이 오를지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환율의 바로 위쪽에 시커먼 구름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가격이 구름 안에 들어가면 움직임이 둔화되는 것은 여러 사례에서 익히 알려진 바이다. 구름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참이니 상승폭이 클 공산은 희박하고, 설령 구름 하단의 저항을 이겨내고 구름 안으로 들어서 보았자 환율의 움직임은 둔해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상승폭은 저하될 운명이다. 그리고 이건 사족인데, 일목균형표를 살피면 이번 주 후반에 이르면 구름의 두께가 매우 얇아지는 것이 발견된다. - 변화의 ‘예고편’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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