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판호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과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인 자금유출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6일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작다는데 의견을 모으면서도, 향후 자금 회수를 야기할만 한 요인에 대해선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2년 말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질 때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굳건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전과 달라진 위상을 나타냈다"며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에 우리나라가 취약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신흥국 경제위기가 크게 확대된다면 여기에 엮인 선진국 금융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며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일이 벌어질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미국계와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흥국 위기가 심화되면 남유럽 등으로 퍼질 수도 있고, 이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자금 회수를 야기하여 우리나라의 채권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흥국 중앙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의견도 있었다. 신흥국 경제위기가 우리나라 채권시장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은 국가들로 전이된다면, 이들 중앙은행들이 원화채권을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의 채권 딜러는 "지금은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항아리에 물이 차면 넘치듯이 위험이 더욱 커지면 아무도 알 수 없게 된다"며 "경제위기가 여타의 신흥국들로 확산된다면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경우 달러화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들의 채권을 먼저 매도하려 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경제 위기가 아닌, 추후 미국의 저금리 기조 종료가 외국인 자금유출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증권사의 관계자는 "지난 금융 변동성의 근원은 결국 미국의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인한 달러화의 절하에 있다"며 "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한 후 핫머니가 유입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경제가 부실한 국가에서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외환보유고도 상당하기 때문에 금융위기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환율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향후 미국 금리가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대두될 때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도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Fed가 저금리 기조를 2015년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새로이 등용된 총재가 기준금리정책 방향을 바꿀 경우 미국 금리도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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