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대외 경상지급액을 고려할 때 6개월 이상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나 인도네시아가 외환보유액으로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등펀더멘털에서 뚜렷하게 차별화된다.전문가들은 일부에서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펀더멘털을 감안한 비용대비 편익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천264억4천만달러, 같은 시기 대외 경상지급액(상품 수입액+대외 서비스 지급액)은 약 483억8천450만달러로 집계됐다.

따라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약 6.7개월 동안 상품,서비스 수입 결제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기간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과 비슷하다. 인도네시아 외환보유액은 향후 5~6개월 정도, 인도 역시 외환보유액이 6개월 수입물량을 결제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이 회원국에 3개월치 경상수입대금(상품 수입액+대외 서비스 지급액) 수준을 권고한 것에 비해 두 배 정도 길게 버틸 수 있도록 안전판을 쌓은 셈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 중 대만 다음으로 많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 6월말 기준 4천66억1천만달러(전년대비 0.35% 증가)을 기록했다. 홍콩은 3천35만달러(0.98% 감소)를 기록했고, 싱가포르는 2천598억2천만달러(0.71% 감소)를 나타냈다. 인도는 2천879억달러(2.04% 감소), 인도네시아는 981억달러(6.73% 감소)를 기록했다.

한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경상지급액, 단기외채 등을 고려해서 보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를 가정한 것이다"며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최대치에 달하고 있어 이를 외환보유액을 충당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학습 효과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확충하자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으나 현 상황으로 보면 외환보유액 규모가 불안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외환보유액 확충시 운용 코스트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다른 아시아국가보다 펀더멘털 개선은 두드러진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만 해도 5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은 인도, 인도네시아는 10%포인트도 채 늘어나지 않았으나 대만과 한국 등은 대부분 증가했다고 분석됐다. 또 GDP 대비 경상수지도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1997년 대비 하락한 반면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상승폭이 확대됐다.

반면,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경상수지 적자 국가다. 인도는 서비스업 중심이고,인도네시아는 자원수출 중심으로 자국통화가 절하되면 위기시에 수출 회복이 쉽지 않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수출 상품이 많은데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오히려 수출이 늘기도 해 상황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국의 외화지불능력, 자료제공:교보증권>



교보증권은 각국의 단기외채와 3개월 수입액을 필요 외환액으로 보고, 누적된 외환보유고와의 비율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약 1.3배의 외화지급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도,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BRIC's, ASEAN 및 한국 등은 외환지불 능력이 충분하다"며 "적정 외환보유 비율이 1배를 큰 폭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고, 경상수지 대폭 흑자를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건전한 편이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탈을 보이고 있더라도 향후 신흥국 전반에 대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상원, 김용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필리핀, 태국 등 상대적으로 펀더멘탈이 양호한 국가에는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으나, 신흥국 전반에 대한 불안 장기화 가능성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 금융시장의 경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 양호한 경제 펀더멘탈에 힘입어 인도 등 구조적 취약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신흥국 불안 자체의 대용(proxy) 투자처로 활용될 가능성 등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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