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은 '문화입국(文化入國)'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서상원 CJ E&M 아메리카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이같이 말하면서 "그룹이 문화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문화입국이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문화중심론'이다.

삼성문화재단과 에버랜드를 만든 주역인 선대 회장은 평소 "우리 민족은 본디 음주가무 등을 즐겼다"면서 '즐거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러한 정신이 현재 CJ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사실 CJ그룹이 미국시장을 진출한다고 했을 때 그룹 내 반신반의한 사람도 많았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선진 문화인 셈인 한류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비비고와 CJ CGV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CJ가 같은 콘텐츠를 들고 미국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로스앤젤레스(LA)에 3호점까지 세운 비비고가 대표적. 비비고 1호는 UCLA대학교 앞, 2호점과 3호점은 각각 베버리힐즈와 센트럴시티 내에 있다.

특히 그룹의 한 임원은 최고의 부촌이라는 베버리힐즈에 세웠을 때 '과연 되겠느냐'고 반신반의했던 추억을 곱씹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지점은 올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싸이를 비롯해 지역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퍼진 덕이다.

그룹의 글로벌 사업담당 임원은 "만두에도 '비비고'라는 명칭을 써서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음식점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룹 중 가장 빠르게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CJ CGV 아메리카도 영화의 중심지 본고장인 미국에서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CGV는 LA에 1곳의 영화관을 운영 중인데, 영화 광해를 중심으로 작년보다 약 20% 늘어난 26만~28만명의 관객이 관람할 것으로 추정했다.

CGV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영화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4DX'도 연내 27개국 총 100관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국내 21곳, 해외 16개국에 39곳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3곳을 더 만든다는 의미다.

한 곳당 10억~15억원(200석 기준)의 자금이 투입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CGV의 투자 예정액만 최소 400억원이 넘는 셈이다.

이 때문에 CGV는 하반기 현금흐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오는 10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300억원을 차환해 유동성에 문제가 없게 하는 한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투자에 나선다.

최준환 CJ CGV 아메리카 대표는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은 경영진의 지원에 이뤄진 일"이라면서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 E&M은 콘서트와 컨벤션을 합친 케이-콘(K-CON)이라는 아예 새로운 방식으로 미국시장에 접근했다. 작년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열린 K-CON은 적자였지만 LA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수익을 냈다.

CJ E&M은 K-CON을 장기적으로 오는 2020년 이후 연 12회, 총 40만명이 관객을 동원하는 대형 행사로 만들 예정이다.

신형관 CJ E&M 상무는 "K-CON과 같은 행사는 규모가 크고 도전적인 행사라서 실무진은 엄두도 내기 어려웠다"면서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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