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註=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이 미국 출구전략의 후폭풍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에 의지해 신흥국으로 몰려왔던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에 빠진 나라들은 글로벌 금융자본의 기피 대상이라는 점에서 신흥국들의 불안은 앞으로 금융시장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쌍둥이 적자는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 다른 신흥국들도 금융위기의 파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신흥국의 금융위기와 전염 가능성에 대해 기획시리즈로 점검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아시아 신흥국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신흥국 불안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진단하긴 어렵지만, 신흥국 불안이 확산하면 유로존 역내 금융권의 취약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등 유럽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시아 신흥국들의 금융 위기가 불거졌기 때문에 위기에 취약한 남유럽 등 유럽의 상황을 마냥 낙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위기 유럽 전염 '시기상조' =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당장 유로존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은 섣부르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합인포맥스와 전화통화에서 당분간 Fed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과 불안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지만 유로존 경제의 대외수출은 역내교역 비중이 높고 (신흥국보다는)미국 등 선진국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미국과 유로존 경제의 완만한 실물경제 회복세가 예상되고 신흥국의 금융불안도 시간이 흐를수록 진정될 것으로 보여 이러한 변동성이 세계 경제회복을 저해할 위험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실제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8월 조사를 보면 유럽의 투자 전망은 3년 만에 처음으로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ㆍ국제금융연구실장도 2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모든 나라에 불안이 크진 않다면서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면 유럽도 타격을 받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신흥국 불안보다 유로존 내부 상황이 더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황문수 연구원도 신흥국 위기가 유로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신흥국의 금융리스크가 금융위기로 확산할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유로존의 재정위기 국가들이 부실자산을 상당 부분 처분했고 최근에는 대부분 회원국에서 경상적자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에 따른 안전자산으로의 자본 유출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 오히려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본이 유로존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유로존 금융권은 아킬레스건 = 전문가들은 신흥국에서 발발된 불안 심리가 유로존에 영향을 준다고 할 때 가장 취약한 부분은 금융권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유로존 금융시스템의 잠재불안이 상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신흥국 금융불안이 위기상황으로 더욱 확대되면 국제금융시장 경색과 이에 따른 유로존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도 유럽 내 신흥국인 동유럽 국가의 주된 자금원이 역내 중심국이라면서 서유럽 대형 은행들의 재정 상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지 대형 은행들은 동유럽에 다수 진출해있는데 자금 여유가 없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박 실장은 Fed의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자금이 동유럽 신흥국으로 유입될 때 중간 채널인 서유럽 은행을 거쳤을텐데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임희정 연구위원은 아직 유럽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흥국 문제가 유럽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내달 총선을 앞둔 독일의 정치 문제도 있고 각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도 아니라면서 유로존 은행의 구조조정도 아직 다 끝났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은 최근 유럽 경제지표가 나아지긴 했지만 유로존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지표로 볼 때 유로존 경제가 더 나빠지진 않겠지만 그렇게 낙관할 상황도 아니라고 진단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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