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 시작된 투자자금 유출 현상이 다른 지역의 신흥국에까지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가시질 않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신흥국 매도세가 촉발되기 전부터 국내 여러 악재로 인해 흔들렸다.

내부적으로 잠복한 문제에 아시아에서 불어닥친 매도 바람까지 겹쳐 두 국가는 더 큰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 신흥국 위기의 '거울' 브라질 = 브라질은 신흥국 불안의 전형이다. 아시아 신흥국이 겪는 모든 문제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를 축소할 것이라는 기대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은 브라질의 성장 둔화와 경상적자를 이유로 헤알화를 매도했다.

헤알화 가치의 급락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촉발할 우려도 있다. 브라질 헤알화는 미 달러화 대비 가치가 17% 가까이 떨어졌다. 현재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정부의 목표 범위 상단인 6.5%에 가깝다.

물가가 높지만 성장은 느려 국민의 불만이 깊어졌고, 급기야 지난 6월 말에는 대규모 시위가 빗발쳤다.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브라질 경제는 미국 경제에 연동 돼 있어 미국 경기가 위축되면 브라질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반대로 미국이 회복되면 브라질에도 긍정적이어야 하나, 현재 브라질은 흔들리고 있다"라면서 "일부 긍정적인 시그널은 있지만, 브라질 경제에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 연구원은 "브라질은 미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긴 하나, 제조업이 아닌 광물 수출을 위주로 하는 경제구조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브라질 경제에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투자자금 이탈과 관련해 아시아와 브라질 간의 차이는 미국의 투자자들이 어느 시장에 더 익숙한가에서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나 자본시장 투자자들에게는 브라질이 동남아보다 익숙하고 편하므로 투자자금 유출 순위에서 브라질은 동남아보다 뒤에 있다"고 덧붙였다.

▲ 남아공, 성장·물가ㆍ환율 등 각종 지표 불안 = 아프리카 대륙의 최대 경제국인 남아공은 성장 둔화에 가파른 물가 상승까지 겹쳐 고전하고 있다.

남아공 경제는 지난 1분기 0.9% 성장하는 데 그쳐 지난 2008~2009년의 경기침체 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정부의 물가관리목표치 상한인 6%를 넘어섰다.

아시아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환율이 들썩이고 있고, 기업과 노조가 임금협상을 벌이는 '파업 시즌'에 들어서면서 내부적인 경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랜드화는 지난 3월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랜드화 하락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당국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은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에 매도세가 집중되는 논리가 경상수지 적자 때문에 환율 방어에 무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면, 이는 남아공을 매도할 논리와 같다"면서 남아공의 취약점이 부각되면서 랜드화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저성장을 지향하는 중국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원자재 수요 둔화에 브라질과 남아공은 취약하다"며 중국발 위협을 경고했다.

오 연구원은 "남아공은 원자재 수출로 부흥한 경제산업구조라서 자원 가격의 상승추세가 이어지지 않는 한 경제성장을 견인할 힘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남아공의 외국 자본 비중이 크지 않으며 자본시장 규모가 브라질보다 작다는 점에 주목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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