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서울 채권시장은이스라엘 중앙은행(Bank of Israel) 등이 원화채 매수규모를 확대하는 데 대해 이제 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할 수 없는 방증 가운데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지난 5월과 7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각각 2천50억원과 4천420억원의 순투자를 기록했다. 8월 들어서는 지난 주말 기준으로 500억원의 순투자(순매수-만기상환)를 나타냈다. 만기상환으로 차감된 1천500억원을 감안하면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이달 들어 총 2천억원의 원화채권을 순매수한 셈이 된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스탠리 피셔가 지난 6월 말까지 총재로 있으면서 이스라엘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충격 없이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신중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원화채권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원화자산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환율방어와 외환보유고 다변화 차원에서 국내 채권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스위스와 노르웨이 등 유럽계 중앙은행들이 달러 유동성을 내보내면서 유로화 절상 압력을 해소하고자 서울채권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12년 이후 달러-셰켈 환율 추이>

실제로 이스라엘 셰켈화는 올해 들어 지속적인 절상압력을 받았고 지난 5월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50%로 25bp 인하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이스라엘 셰켈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전형적인 환 방어 수단으로 원화채권에 투자해 환율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화 다변화 측면에서도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외환시장이 닫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시아권에서 가장 안정성이 높은 국가로 한국을 꼽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안정적인 투자자로 분류되는 외국 중앙은행이 국내 채권시장에 하나 더 늘어나면서 우리나라가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금융위기가 거론되는 신흥국들과 차별화됐다고 진단했다.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는 등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 과거보다 탄탄해지며 원화채권의 매력도가 상승해 외국 중앙은행을 국내 시장으로 이끌었다는 얘기다.

정부 측 관계자는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에도 이스라엘 중앙은행 자금이 유입됐다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신흥국들과 차별화됐기 때문이다"며 "국내선 자금유출의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견조한 국내 펀더멘털과 부채상환 능력, 신용등급 대비 높은 국고채 금리 수준 등에서 원화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높다"며 "우리나라를 완전한 선진국으로 볼 순 없지만 CDS 프리미엄이 견조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신흥국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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