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인도 루피화가 연일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인도채권을 판매한 증권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초 경제 신흥국 인도의 투자 매력을 내세워 연 7%대 금리를 자신했던 단기물 인도국채 수익률이 평균 -15%까지 하락하며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리테일 판매망을 통해 인도국채를 판매한 증권사는 동양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정도다.

동양증권은 지난 3월부터 1천억원, 한국투자증권은 400억원 가량의 인도국채를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판매했다.

1년이라는 짧은 만기와 평균 6~7%의 높은 이자(표면이율), 그리고 채권이라는 투자자산이 갖는 안정성을 담보로 인도국채는 순식간에 판매량을 소진했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 증권사와 고객 모두에게 골칫덩어리가 돼 버렸다.

인도 국채를 판매한 A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인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환매 요청이 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고객들이 확정하는 손실은 -2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도국채 수익률이 급락한 이유는 단연 급등한 루피화 환율에 있다.

전일 인도 루피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를 경신, 달러당 66루피를 넘어섰다. 이는 연초대비 환율에 비해 15%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고객들이 환매를 요청할 경우 확정 손실은 최대 -20%까지 커질 수밖에 없다.

증권사는 인도국채 환매물량을 시장에 매각해 투자금을 돌려줘야하는데, 시장 매각을 위한 가격 이점을 갖기 위해서는 고객이 추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인도국채를 펀드 상품으로 출시할 경우, 상품의 가격 변동성을 고려해 환매 수수료를 2~5%가량 설정해 두는 것도 같은 이치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인도 국채의 만기가 짧아 추가적인 루피화 급락세가 진행될 경우, 손실 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인도국채 만기가 8개월정도 남았는데 현 손실분을 만회하려면 루피화가 달러당 55루피 선에 거래돼야 한다"며 "인도 내부 경제뿐 아니라 최근 시리아 내전 등 대외 변수도 커지고 있어 환매를 요청하는 고객들을 안심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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