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범 LG가인 LG그룹과 GS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격돌을 앞두고 있다. 웅진케미칼과 STX에너지 인수전에 양 그룹 계열사가 입찰자격을 얻게 된 것.

LG화학과 GS에너지가 웅진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어 내달 10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고, LG상사와 GS에너지가 역시 STX에너지를 놓고 경쟁 중이다.

보유 현금과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를 고려할 때 자금여력만으로는 3사의 승패를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인수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내부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수 의지는 지난해 1월 ㈜GS에서 분할돼 설립된 중간지주사 GS에너지가 강하지 않겠느냐는 게 28일 M&A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GS칼텍스에 대한 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는 GS그룹으로서는 M&A가 유용한 수단이다.

백화점과 마트를 매각한 GS리테일이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웅진케미칼의 화학섬유와 수처리(필터) 사업, STX에너지의 발전 사업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LG화학도 웅진케미칼의 주력 생산품 폴리에스터의 원재료 중 하나인 MEG 생산시장에서 또 다른 인수후보인 롯데케미칼과 경쟁 중이기 때문에 웅진케미칼을 눈여겨봤다. 수처리 부문은 LG전자에 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하나의 사업을 더할 뿐"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강한 의지를 보여 가격을 일부러 올릴 필요는 없으나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해외 석탄자원개발에 부쩍 집중하는 LG상사의 경우 STX에너지의 발전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해외 자원개발 투자가 많은데다 최근에는 바이오매스나 태양광 발전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STX에너지 인수 의지가 의심된다.

또, 보유 현금이 약 4천600억원 정도로 7천억원의 GS에너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재무비율도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관건은 GS에너지의 배짱이다. GS그룹은 유독 경쟁입찰에서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자체 평가한 밸류에이션에서 크게 베팅하는 일이 드물다.

사실 M&A 시장에서 양 그룹이 경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 그룹의 첫 대결은 지난 2011년 8월 수처리 운영 전문업체 대우엔텍 인수전이었다. 당시 거래 규모가 600억원대로 '스몰 딜'이었으나 LG전자는 GS건설을 따돌리고 대우엔텍을 차지하면 먼저 '1승'을 거뒀다.

이후 GS건설은 스페인 수처리기업 이니마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 그룹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예상 가격 2천500억원에서 3천억원 정도의 웅진케미칼은 모르겠으나 7천억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STX에너지 인수전에서는 충분히 '공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실 양 그룹도 범LG가의 경쟁에 대한 시선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2004년 7월1일 기업분할 당시 '앞으로 5년간 서로 주력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불가침협정이자 신사협정을 맺은 바 있다.

신사협정은 2009년 7월1일자로 만료됐다.

양 그룹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상호존중 정신은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성장동력으로 삼은 수처리 분야가 겹치면서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오너 일가의 만남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직 웅진케미칼과 STX에너지 인수전에서 양측이 컨소시엄을 논의하고 있다는 낌새는 없다.

M&A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LG상사, GS에너지 모두 현금과 차입여력 면에서 단독 인수가 가능하다"며 "컨소시엄 구성시 이견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논의하지 않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아 쉽게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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