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이윤구 기자 =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채권단의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에 대해 발끈한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주창한 경제민주화 의지가 퇴색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노 위원장은 전일 경총 포럼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는 신규 순환출자를 예외로 허용할 수 있지만 새로운 계열사를 등장시키는 것은 규제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산업은행이 주도해서 만든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전문가들도 예외를 인정해주면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담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안의 입법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열린 10대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자리에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언해,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새로운 순환출자금지법안 내용 = 공정위는 하반기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을 마련하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의 사재출연과 기존 주주인 계열사가 추가 증자에 참여할 때만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결정하더라도 새 계열사를 등장시켜 신규 순환출자를 만드는 것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신규 순환출자를 허용하는 경우는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출연하는 것과 기존 주주인 계열사가 추가 증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금호산업 구조조정안 등)예외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 기업의 소유구조 개선을 위한 신규순환출자 금지 입법 취지가 퇴색된다"고 말했다.



◇금호산업 구조조정안 문제점은 = 하지만 산은 등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자본잠식을 해결하기 위해,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산업'으로 이어지는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공정위의 법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구조조정안을 최근 채권단회의 안건으로 올렸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금호산업의 기업어음(CP) 790억원을 출자전환해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을 낮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보유한 상태에서 아시아나도 금호산업 13%를 보유하게 돼 상호출자 금지에 해당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가 보유하게 될 금호산업 지분을 다른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넘기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공정위 격한 반응에 백기 투항…향후 처리 방향은 = 산은은 일단 공정위의 격한 반응에 대해, 아시아나의 CP 출자전환 주식의 처리방안은 관계기관 및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한다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금호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를 키우던 시장참가자들은 금호산업 지분의 제3자 매각 등 구체적인 해결 방식에 대한 윤곽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금호산업 전체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게 될 금호산업 지분 처리가 전체 구조조정안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아직 채권단 결의도 되기 전에 계획이 알려진 데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대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은 등 채권단이 공정위의 관련 법안 입법을 몰랐던 것인지 공정위가 알면서도 모른 체해줄 것으로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대안이 생겨 금호산업 구조조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게 될 지분 처리 문제 외에 기존의 채권단 보유 채권(580억원)의 출자전환, 서울고속터미털지분 등 패키지 자산 매각, 계열주에 대한 책임 명확화 등 기존의 구조조정안은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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