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재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이 이맹희 씨로 넘어갈 경우 삼성그룹이 에버랜드 중심의 보험지주회사 체제가 되면서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말,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매각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오너 일가의 지분을 따로 계산할 경우)는 '이건희-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재편됐다.
이 상황에서 지난 14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씨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이맹희 씨는 이건희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및 1억원 등 총 7천억원 상당의 주식 반환을 요구했다. 즉, 삼성생명 전체 주식의 4.37%를 돌려달라고 한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지분율 20.76%)이고 2대 주주가 삼성에버랜드(19.34%)이다. 따라서, 만약 이맹희 씨가 이번 소송에서 승리해 이건희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지분(4.37%)을 가져갈 경우, 2대 주주였던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가치(3조3천884억원)가 에버랜드의 자산가치(6조4천395억원, 2010년말 기준)의 50% 이상을 넘어서게 되면서 에버랜드는 자동적으로 '보험지주회사'가 된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비금융회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게 된다. 즉, 삼성전자 지분 6.24% 중 1.24%가량을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물산(3.51%)과 이건희 회장(2.94%) 등 삼성그룹 관계지분은 총 15.26%에 달한다"며 "따라서 삼성생명이 보유지분 중 일부(1.24%)를 처분하더라도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맹희 씨에게 삼성생명 지분이 일부 넘어가더라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이재용 사장은 삼성카드 보유 지분의 매각으로 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가 된 만큼,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 이재용 사장으로 바뀔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맹희 씨의 소송은 결과에 따라 삼성 지배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며 "만약, 이건희 회장이 소송에서 패하면 지분율 상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 이재용 사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삼성이 에버랜드 소유의 삼성생명 지분을 팔아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대주주로 남도록 할 수도 있다"며 "또, 이맹희 씨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 등에 대해 추가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 삼성의 지배구조는 변화에는 여러 변수는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yujang@yna.co.kr
(끝)
장용욱 기자
yu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