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CJ그룹이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대한통운 M&A 등 물류사업을 두고 삼성과 대립각을 세웠던 CJ그룹이기에 그 행보가 더 주목된다.

15일 CJ그룹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맹희씨 장남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번 소송을 사전에 전혀 몰랐고, 지난해 대한통운 M&A와 관련한 갈등도 사업상 충돌 정도였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삼성그룹과 너무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인식도 깔려있다.

이재현 회장은 평소 부친과 연락 등 왕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 회장도 CJ그룹 임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송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맹희씨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재산문제를 차치하고 법적 다툼 과정에서 본인의 한(恨)이었던 삼성그룹의 적통임을 인정받으려는 개인적인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CJ그룹은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자문사였던 삼성증권이 삼성SDS의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 후 자문계약을 철회하자 오너 일가까지 언급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나, 이 회장은 그룹 홍보담당자를 경질하며 대립이 부각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갈등은 있었지만,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사이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게 삼성과 CJ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SDS의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를 승인했다고 하더라도 3세 간 우애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

물론, 이재현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 전후로 부쩍 CJ그룹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물류사업을 놓고 삼성과의 갈등 과정에서 더욱 힘을 길러야겠다고 느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사업상 경쟁 차원일 뿐이라는 진단이 유력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물류 부문에서 삼성과 CJ가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으나 삼성도 그룹차원에서 물류를 강화하려는 차원이고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사장의 사이도 여전히 좋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양 그룹이 사업상 크게 겹치지는 않지만, 삼성과 대립해서 CJ에 좋을 일이 있겠느냐"며 "오히려 이번 일이 2013년 '글로벌 CJ' 목표에 차질을 줄까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CJ그룹의 중재 의사가 일종의 위장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맹희씨의 소송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 당장 삼성과 극단적인 대립을 피하는 한편, 소송을 지켜보면서 이해득실을 따지자는 계산 아니냐는 추측이다.

실제로 CJ그룹은 지난해 서울 쌍림동 CJ제일제당 센터 1층 역사관 'CJ디지털헤리티지'를 개장하면서 고 이병철 회장의 흉상을 홀로그램 방식으로 구현했다. 당시 범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이 적통임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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