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잠재적 경쟁자인 구글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마저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인수ㆍ합병(M&A)에 성공하자 내심 긴장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의 모바일 운영체제(OS)를 가진 구글이 모로토라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폰 개발에 들어간데다, 구글과 애플에 맞서 모바일 OS 분야를 확대하는 MS도 노키아를 거머쥐며 스마트폰 제조분야까지 파고들 태세기 때문이다.

사실상 구글과 애플, MS가 모두 막강한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제조에 나서게 됨으로써 제조분야에만 국한돼 있는 삼성전자에 적잖은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쟁자들이 막강한 현금력을 동원해 M&A에 나서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사이에 삼성전자가 M&A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도 제기되고 있다.



◇ MS-구글, 수조원 M&A '베팅' =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54억4천만유로(약 7조8천억원)에 인수한다.

기존 컴퓨터 OS(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했던 MS가 1~2년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노키아를 인수해 모바일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것이다.

현재 모바일 OS 시장에서 MS의 시장점유율은 3.9%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MS가 이번에 인수한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이용해 자사의 윈도 OS에 최적화한 제품을 만든다면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노키아가 내놓은 윈도폰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만큼, 인수합병 후에는 양사의 협력 관계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현재 모바일 OS 시장을 장악한 구글 역시 지난 2011년 8월 당시 세계 4위의 스마트폰 제조사이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약 13조5천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를 처음 추진할 때는 특허권을 강화하기 위해 M&A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에는 인수한 모토로라를 통해 아이폰과 갤럭시 시리즈에 대항할 수 있는 스마트폰인 'X폰'을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모바일 OS의 대부분을 구글에 의존하는 삼성전자로서도 향후 구글이 모토로라를 키우고자 OS 부문의 협력을 축소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반도체 부문에서도 작년 5월, D램 3위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4위 업체인 일본의 엘피다를 약 3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최근 양사의 합병 과정이 마무리되면서 이들은 단숨에 D램 시장의 2위 업체로 뛰어올라 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하게 됐다.



◇ 삼성, 여전히 '신중모드'…'적극성' 필요 지적 = 반면에 삼성전자는 M&A 전략에서 만큼은 덩치에 비해 손이 매우 작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당시 세계 PC업계 6위였던 미국의 AST리서치를 3억7천500만달러(약 4천400억원)에 인수했다가 사업적으로 실패했던 이후 대형 딜을 추진한 적이 없다. 이후 삼성전자는 매년 1~2건의 M&A만 추진했고, 그마저도 모두 100억원 안팎의 소규모 딜이었다.

그나마 지난 2010년 이후 의료기기 부문에서는 지난 2011년 3천억원 가량을 투자해 메디슨과 프로소닉을 인수하는 등 일부 중형 딜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전자 M&A 기조는 벤처 기업 등을 중심으로 하는 소규모 딜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작년 5월에는 미국 클라우드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엠스팟을 인수했고, 한 달 만에 또다시 스웨덴의 무선 랜 칩셋 개발업체 나노라디오도 사들였다.

작년 7월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CSR(Cambridge Silicon Radio)사의 모바일 부문을 분할 인수했고, 12월에는 미국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벨로(NVELO)를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에 스마트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의 멀티스크린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인 '모블(MOVL)'를 인수했다. 또, 7월에는 이스라엘에 근거를 둔 '박시(Boxee)'라는 업체를 약 3천만달러(한화 약 342억원)에 인수했다.

최근 들어 M&A 횟수는 비교적 늘어났지만 대부분 인수금액인 수백억원 수준으로, 연간 200조원 매출이 넘는 삼성전자 덩치에 비해서는 매우 소규모 딜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큰 규모의 업체를 인수해 바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 생기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기술 업체 위주로 현재의 주력 사업을 보강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력 사업에서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로서는 대규모 M&A를 시도할 필요성이 작기는 하다"며 "다만, 경쟁 업체들이 과감한 M&A 시도하는 만큼, 때로는 삼성도 M&A에 좀 더 적극 나설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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