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애플만 뺀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 보고서를 따로 작성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애플이 실적까지 너무 뛰어나 미국 전체 기업들의 실적 기상도를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애플을 빼고 실적 전망을 분석했더니 미국 기업들의 전반적인 전망이 어둡게 나왔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달 초 조너선 골럽 UBS 주식전략 헤드는 두 가지 버전의 실적 전망 보고서를 발표해 고객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하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편입된 모든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것과 다른 하나는 애플을 제외한 버전이었다.

골럽 헤드는 "지난 2년 반 동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처럼 많은 반응이 나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캐피털, 웰스파고 등도 최근 애플 효과를 상쇄하고자 비슷한 분석을 발표했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UBS에 따르면 S&P500지수에 편입된 모든 기업을 분석 대상으로 삼으면 지난 4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6.6% 증가했지만, 애플의 실적을 빼면 2.8%로 줄어든다.

미국 기업들이 보통 시장의 실적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데 고전하는 반면 애플은 지난 4분기에 가장 낙관적인 전망보다 더 뛰어난 실적을 발표했다.

기술 업종만 놓고 보면 애플의 효과는 더 극대화된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작년 4분기에 기술업종의 실적은 전년동기보다 21% 늘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플이 빠지면 5%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실적 분석에 이처럼 거대기업을 제외한 것은 애플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5년 IBM의 시가총액이 956억달러로 S&P500지수에서 6.4%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IBM은 지수를 따로 구성했다.

1980년 이후 IBM과 제너럴일렉트릭(GE), AT&T, 마이크로소프트, 엑손모빌 등이 지금의 애플보다 한때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하워드 실버블랫 S&P 지수 애널리스트는 그럼에도 애플이 갖는 영향력은 막대하다면서 올해 S&P500지수가 7.4% 오른 것 가운데 10%는 애플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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