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이윤구 기자 = 삼성화재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이 각축을 벌이는 퇴직연금시장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삼성화재가 지난해 그룹의 계열사 사정 국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이 때문에 삼성생명과의 계열사 물량 확보전에서 밀려, 입지가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은 자산관리계약 기준 2.9%로 전년의 3.2%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순위도 달라졌다. 2010년에는 10위권에 턱걸이했지만, 작년에는 12위로 밀렸다.

운용관리계약 기준으로도 10위에서 11위로 순위가 한 단계 낮아졌다.

반면 삼성생명은 14.3%의 점유율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를 차지한 신한은행의 점유율과 4%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삼성화재가 퇴직연금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물량이 삼성생명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운용관리계약 기준으로 작년 말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7조4천161억원이다. 이중 계열사 물량은 3조7천억원으로 50%에 달한다. 삼성화재는 1조6천372억원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41%로 상대적으로 낮다.

업계에선 이와 관련해 그룹 내 부정적인 평가가 삼성화재의 계열사 물량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사정 강화 방침에 맞춰 각 계열사의 임직원 비리나 업무 태만 사례에 대한 감사를 강화했다. 삼성화재 등 일부 계열사는 내외부 기관을 통해 경영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룹 감사와 계열사별 자체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경질되거나 좌천되는 최고경영자(CEO)나 임직원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가운데 작년 말 인사에서 지대섭 전 삼성화재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작년 6월 이 회장이 삼성테크윈 부정 비리 사건을 질타한 후 계열사 감사팀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한 지 불과 반년만인 작년 12월에는 삼성화재의 감사팀장이 전격 교체되기도 했다.

삼성 측은 그러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 하락은 그룹의 감사 결과와는 무관하며 계열사 비중 축소는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기존에 그룹 계열사의 퇴직보험과 신탁을 삼성생명이 관리했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을 많이 가져가게 된 것"이라며 "특히 작년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그룹 등이 계열 증권사에 물량을 몰아주면서 상대적으로 삼성화재의 입지는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화재의 퇴직연금 순증액은 5천473억원인데, 이중 계열사 비중은 41%로 전년 44% 대비 하락했다"며 "비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점은 독자적인 영업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화재는 손해보험업권 내에선 여전히 퇴직연금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빅3'급 대형 생명보험사와 비교할 때도 점유율이 처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해마다 두 배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49조9천168억원에 달했다. 전년 29조1천472억원과 비교해 71.3%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 범 현대가 계열 증권사들이 그룹 물량을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현대차그룹의 퇴직연금 물량을 받은 HMC투자증권은 2010년 0.3%였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0.4%로 상승했고,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도 점유율이 0.1%에서 0.5%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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