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기자 = 국내 패션대기업들이 불황을 극복하고자 해외 브랜드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류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고가의 해외 브랜드는 시즌마다 높은 매출 성장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세계인터셔날과 LG패션, 한섬 등은 '해외 브랜드 명가'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브랜드의 세계화보다 수입에 더 치중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로에베'>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지난 1996년 신세계백화점의 해외사업부에서 인적분할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체 브랜드 38개 중 해외 브랜드는 34개에 달한다.

스페인 왕실 공급 브랜드인 '로에베'의 한국 판매권을 확보해 지난 2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전방위적으로 해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패션 의류 브랜드인 '조르지오 알마니'와 '돌체&가바나', '셀린느', '지방시' 등을 비롯해 아웃도어 브랜드인 '살로몬', 겨울 부츠 전문 브랜드인 '어그', 고가 패딩점퍼 브랜드인 '몽클레르' 등이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상반기 해외패션의 매출액은 1천783억원으로 총 매출액인 3천697억원 중 48%를 차지한다.

해외패션은 국내패션보다 총 매출액이 작았지만, 매출총이익은 969억원으로 734억원인 국내패션보다 오히려 많아 제대로 남는 장사를 했다.





<한섬의 '이로'>

이제 질세라 총 15개 브랜드 중 9개의 해외브랜드를 가진 한섬도 해외 브랜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 '이로'와 '엘리자베스&제임스', '일레븐티'의 독점 수입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6월에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인 '발리'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또, 지난해 한섬을 인수한 현대백화점이 해외 패션브랜드인 '올라카일리'와 '쥬시꾸띄르'를 한섬에 넘겨줘 해외브랜드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한섬의 올해 상반기 해외패션 매출액은 250억원으로 총 매출액 2천143억원 중 12%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 2천399억원의 매출액 중 해외패션 매출액이 430억원으로 18%의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저조한 실적이다.

이는 지난해 '지방시'와 '셀린느'의 판권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뺏기고, '발렌시아'가 한국에 직접 진출하면서 영업권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한섬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의 영업권 종료로 매출이 줄었지만, 성장가능성이 있는 해외 브랜드를 계속 들여와 한섬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패션의 '알레그리'>

올해 8월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인 '알레그리'를 들여온 LG패션도 총 26개 브랜드 중 15개의 해외 브랜드를 갖고 있다.

LG패션은 2008년 '이자벨마랑'을 시작으로 올해에 '데카던트', '벤시몽' 등의 영업권을 추가로 확보해 수입 브랜드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수입 브랜드 매출이 LG패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LG패션 관계자는 "2009년부터 수입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들여와 여성복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의 '토버리치'>

반면, '띠어리'와 '토리버치', '이세이미야케', '콜롬보' 등을 보유한 제일모직은 이들 기업과는 다르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성복 사업을 통해 대부분의 해외브랜드를 가진 제일모직은 여성복 부분에서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2천111억원이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1천11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이에 제일모직은 패션기업에서 케미칼과 전자재료 주력 기업으로 DNA를 탈바꿈하고 있다.

제일모직 측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부진한 것은 '데레쿠니' 등의 브랜드 사업 철수와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현상"이라며 "의류사업보다 케미칼과 전자재료 사업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과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정보가 늘어나 다양한 해외 브랜드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며 "패션 업체들의 해외 브랜드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해외시장에서 테스트를 거친 브랜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패션업체들의 해외 브랜드 집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패션업체들이 연구ㆍ개발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한 토종 브랜드보다 손쉬운 해외 브랜드 선호하면 토종 브랜드가 의류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손효주 HI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토종 브랜드는 기업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의류시장이 침체기이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려는 기업의 특성으로 토종브랜드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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