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워크아웃중인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를 꾀하려는 채권단의 계획이 꼬여가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예외를 허용해 주지 않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에 막히더니 이번에는 금호가(家) 형제간의 구원이 다시 불거지면서 채권단이 마련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표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마련한 계획 자체가 수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발목 제대로 잡은 금호석화 =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790억원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과 채권단 보유 무담보채권 508억원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출자전환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게 되는 금호산업 지분 13%를 다른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넘겨 순환출자 구조를 만드는 구조였다.

하지만, 공정위가 신규 순환출자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면서 제동을 걸자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것 등을 검토하기로 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정했다.

당초 계획에서 다소 변화가 생겼지만, 경영정상화 방안의 큰 틀 자체가 변경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엔 금호가 형제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이 제대로 발목을 잡고 나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중인 금호산업 CP를 출자전환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위에 공식적으로 질의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가진 대주주인데,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출자전환을 해 금호산업 지분 13%를 보유하게 되면 서로 지분을 갖게 돼 상호출자를 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수 있다.

물론 예외규정이 있다. 금호석화가 공정위에 질의를 한 것도 이번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된 내용이 예외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상호출자는 상계(相計)인지 대물변제(代物辨濟)인지에 따라 예외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가려진다.

채무자가 지고 있는 금액을 같은 가치의 물건으로 변제한다는 개념의 대물변제에 해당할 경우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서로 같은 빚을 지고 있을 때 이를 모두 갚는 것으로 처리한다는 상계일 경우는 예외 적용이 안 된다. 공정거래법의 상호출자 금지에 위반되는 셈이다.

금호석화의 판단은 예외규정을 받을 수 없는 상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10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에 대한 출자전환을 검토한 적이 있다.

당시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의 출자전환이 대물변제에 해당돼 상호출자 금지 예외규정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출자해 얻게 되는 지분을 6개월안에 매각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2010년 대법원이 쌍용건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뤄진 출자전환이 대물변제가 아닌 상계에 해당한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공정위의 유권해석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

공정위도 금호석화의 질의를 받고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만일 공정위가 금호석화의 의견에 동조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에 대한 출자전환을 상계로 유권해석할 경우 채권단의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방안은 처음부터 다시 짜야한다.

채권단이 마련한 경영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을 떨어뜨려 상장폐지를 막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은 49%, 6월 말에는 89%에 달했다. 추가적인 자본 확충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말에는 100%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금호산업은 상장폐지된다.

금호산업은 물론 채권단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산은은 채권단 동의 절차를 거쳐 늦어도 이달말께 경영정상화 방안의 실행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산은은 당초 전일까지 채권단 동의 절차를 마치려 했으나 서면 동의서 접수가 완료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일정을 연기했다.

산은 관계자는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채권단이 102곳에 달해 취합하는 시간이 다소 걸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 논란이 지속되면서 채권단들도 동의서를 제출하기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상황을 좀 더 보고 판단하자는 기류가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박찬구 갈등은 진행중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사이의 갈등과 대립은 사실 그동안 계속돼 왔다.

2009년 대우건설 매각 등 그룹 경영을 둘러싸고 시작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대립은 이후 사실상 그룹이 쪼개지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2011년 4월 갑자기 박찬구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형제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박찬구 회장은 검찰의 소환 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죄지은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 누군지는 알아서 판단하라"며 박삼구 회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앞서 3월 금호석화는 공정위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하기도 했다.

그룹 자체가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사항이었다. 결국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호석화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금호석화는 다시 대법원에 항소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금호석화는 올해 초 열린 아시아나항공의 주주총회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추천한 이사진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금호'라는 상표권을 둘러싸고 소송전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금호산업은 상표권 사용에 대한 대가를 내라고 주장한 반면 금호석화는 공동 소유여서 낼 필요가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이에 금호산업이 금호석화와 금호피앤비화학을 상대로 발행했던 CP 110억원 가운데 58억원을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상계처리를 했고, 금호피앤비화학은 상계처리한 금액 등을 포함해 총 122억원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금호산업을 상대로 제기했다.

이번에 금호석화가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이의를 제기한 것도 그간의 이러한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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