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압박을 받고 있는 롯데쇼핑이 연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물밑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때 현금부자로 통했던 롯데쇼핑은 그간 잇따른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과 더불어 해외 사업 투자를 늘려 차입금이 늘고,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국제 신평사인 무디스는 작년 말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하향 조정했지만, 현재 'Baa1' 등급에 비해서도 여전히 재무 상태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롯데쇼핑이 앞으로 1분기~2분기 내 차입금을 줄이지 않으면 신용등급 하향 조정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업 금융 사정에 밝은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의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과 영구채 발행 추진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으며 최우선 사안으로 챙기고 있다.

세일앤리스백의 경우 오는 11월 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진행이 더뎌 고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은 1조원 안팎의 백화점과 마트 점포를 매각해 해외 자산운용사가 설립하는 부동산투자신탁(리츠)에 매각할 계획이다. 리츠 운용사는 해당 리츠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은행(IB)과 로펌 등 자문사와 롯데쇼핑, 싱가포르 현지 자산운용사 등은 하루에도 수차례 콘퍼런스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해외 리츠 IPO(기업공개)를 한 사례가 없어 기본적인 매각 구조를 짜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싱가포르 현지 리츠 관련 법률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세일앤리스백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세일앤리스백만으로는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하거나 상향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K-IFRS 연결기준으로 롯데쇼핑의 순차입금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3조6천476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33.6%다.

롯데쇼핑이 백화점과 마트 점포 매각 자금으로 약 1조원가량 순차입금 규모를 줄인다고 해도 매각한 점포에 대한 임대료 지출을 반영하면 실제 재무 구조 개선 효과는 훨씬 줄어든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은 영구채(하이브리드채) 발행도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영구채는 형태는 채권이지만 속성은 자본이어서 지배구조의 변동이 없이 자본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부채가 아닌 자본이 늘어나는 만큼 발행사는 부채비율 등의 하락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꾀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발행 완료된 포스코에너지의 영구채 구조를 살펴보며 발행 시장 여건을 주시하고 있다. 영구채 역시 가능한 한 연내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더불어 롯데쇼핑은 미래 M&A 자금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현재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과 약 5천억원 규모의 '코퍼레이트 파트너십(Corporate Partnership) 펀드(이하 코파펀드)'를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간 외부 투자자 유치를 극도로 피하고, 자체 자금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M&A를 해왔다.

그러나 차입금 감축을 최우선시하는 재무전략을 펴면서 M&A 자금 조달에도 변화가 온 셈이다.

이번 코파펀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롯데쇼핑이 해외에서 백화점과 마트, 쇼핑몰 등 부지 확보를 하는데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포스코와 KT, LG생명과학, 풀무원 등과 조성했던 코파펀드와는 달리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손실 보전 관련 조항을 중심으로 펀드 구조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국민연금 이사장이 교체 문제로 논의가 다소 지연됐지만, 롯데쇼핑과 국민연금은 최근 다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측은 세일앤리스백 등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에 안정성을 더욱 높이자는 차원"이라며 "앞으로도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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