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이 처한 주변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기업들의 수출환경에 잠재적인 위험이 존재하고 내수에도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변수다.
지난주 국제세미나를 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국 기업이 직면한 3가지 도전(3L Risk)을 중국 변수와 일본 변수, 한국 변수로 각각 나눠서 소개했다.
S&P가 제시한 3저 리스크는 중국의 저성장(Lower Chinese Growth)과 엔화 약세(Lower Value of JPY), 국내소비 감소(Lower Domestic Consumption)다.
▲중국 매출 비중 높은 한국 대기업들= 중국의 저성장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에 직접적인 위협요소다. 중국은 올해 7% 중반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0년대 10%대를 유지했던 성장률이 2010년대 들어서면서 8% 수준으로 내려간 데 이어 올해는 7%로 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중국 성장이 둔화하면 리스크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S&P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LG화학의 중국 매출비중은 42%, 현대차의 중국 매출비중은 19%다. 삼성전자(14%)와 포스코(8%) 역시 중국 변수에 영향을 받는 기업이다.
중국이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주도의 경제로 전환하게 되면 중국에 부품과 소재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2일 오전 7시56분 송고된 '<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韓무역흑자의 수수께끼' 제하의 기사 참조)
▲엔저 바람 속 일본 기업 부활…한국 기업은 주춤 =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30%나 떨어진 엔화 약세는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직접 타격을 주는 리스크다. 포스코와 현대기아차는 일본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게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S&P의 자료를 보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매출 중 수출비중은 작년 2분기 43%였으나 올해 2분기 49%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그와 경쟁하는 포스코는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39%에서 올해 1분기 42%로 늘어나는 듯하더니 2분기 현재 41%로 정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한상윤 S&P 이사는 "일본 철강업체들의 수출이 엔저 효과로 인해 급증하는 반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철강업체들의 수출은 정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분기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작년 4분기 이후 급상승해 현대.기아차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S&P의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현재 도요타의 분기 EBITDA는 15%를 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3%, 11%대에 그친다. 아베노믹스 이전 도요타의 EBITDA는 8% 수준이었다.
S&P는 엔화 약세에 따른 도요타의 매출증가율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형 뉴 노멀…소비감소의 시대 = S&P는 한국 경제가 뉴 노멀(New Normal)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저성장과 내수침체, 저출산.고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상윤 이사는 "한국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소비증가율이 5분기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딱 하나 소비가 늘어난 품목이 있다. 바로 술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소비는 줄고 술 소비만 늘어나는 현상은 우리 경제가 안으로부터 곪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성장동력은 낮아지고,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스트레스는 늘어 술 소비만 늘어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경제의 거시지표는 좋지만 체감경기는 나쁘다는 얘기가 몇 년전부터 반복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저성장과 엔저 등 대외요인으로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줄고 이런 부분이 내수위축으로 연결되면 내수기업들의 상황 역시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게 S&P의 지적이다.
한국의 경제체질이 1997년때 외환위기 때보다 좋은 게 사실이지만, 일부 외신의 지적처럼 샴페인만 터뜨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기업이 짊어진 리스크에 대한 S&P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수면 아래 내재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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