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 속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휘청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탄탄한 모습이다. 경상수지 흑자와 3천억달러가 넘는 외화보유액이 위기의 상륙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위기를 겪는 국가들과 한국이 차별화되는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한국이 처한 주변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기업들의 수출환경에 잠재적인 위험이 존재하고 내수에도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변수다.

지난주 국제세미나를 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국 기업이 직면한 3가지 도전(3L Risk)을 중국 변수와 일본 변수, 한국 변수로 각각 나눠서 소개했다.

S&P가 제시한 3저 리스크는 중국의 저성장(Lower Chinese Growth)과 엔화 약세(Lower Value of JPY), 국내소비 감소(Lower Domestic Consumption)다.

▲중국 매출 비중 높은 한국 대기업들= 중국의 저성장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에 직접적인 위협요소다. 중국은 올해 7% 중반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0년대 10%대를 유지했던 성장률이 2010년대 들어서면서 8% 수준으로 내려간 데 이어 올해는 7%로 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중국 성장이 둔화하면 리스크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S&P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LG화학의 중국 매출비중은 42%, 현대차의 중국 매출비중은 19%다. 삼성전자(14%)와 포스코(8%) 역시 중국 변수에 영향을 받는 기업이다.

중국이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주도의 경제로 전환하게 되면 중국에 부품과 소재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2일 오전 7시56분 송고된 '<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韓무역흑자의 수수께끼' 제하의 기사 참조)

▲엔저 바람 속 일본 기업 부활…한국 기업은 주춤 =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30%나 떨어진 엔화 약세는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직접 타격을 주는 리스크다. 포스코와 현대기아차는 일본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게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S&P의 자료를 보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매출 중 수출비중은 작년 2분기 43%였으나 올해 2분기 49%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그와 경쟁하는 포스코는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39%에서 올해 1분기 42%로 늘어나는 듯하더니 2분기 현재 41%로 정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한상윤 S&P 이사는 "일본 철강업체들의 수출이 엔저 효과로 인해 급증하는 반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철강업체들의 수출은 정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분기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작년 4분기 이후 급상승해 현대.기아차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S&P의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현재 도요타의 분기 EBITDA는 15%를 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3%, 11%대에 그친다. 아베노믹스 이전 도요타의 EBITDA는 8% 수준이었다.

S&P는 엔화 약세에 따른 도요타의 매출증가율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형 뉴 노멀…소비감소의 시대 = S&P는 한국 경제가 뉴 노멀(New Normal)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저성장과 내수침체, 저출산.고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상윤 이사는 "한국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소비증가율이 5분기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딱 하나 소비가 늘어난 품목이 있다. 바로 술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소비는 줄고 술 소비만 늘어나는 현상은 우리 경제가 안으로부터 곪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성장동력은 낮아지고,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스트레스는 늘어 술 소비만 늘어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경제의 거시지표는 좋지만 체감경기는 나쁘다는 얘기가 몇 년전부터 반복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저성장과 엔저 등 대외요인으로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줄고 이런 부분이 내수위축으로 연결되면 내수기업들의 상황 역시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게 S&P의 지적이다.

한국의 경제체질이 1997년때 외환위기 때보다 좋은 게 사실이지만, 일부 외신의 지적처럼 샴페인만 터뜨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기업이 짊어진 리스크에 대한 S&P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수면 아래 내재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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