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이사회에서 막으면 자율협약 파기"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확실시돼 보인다.

STX조선은 9일 오후 2시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이 추천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조선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박동혁 부사장은 대표이사를 맡아 강덕수 회장의 자리를 잇게 되며, 류정형 부사장은 신상호 사장의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산업은행과 농협은행,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등 4개 기관으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는 지난 5일 오후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박동혁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조선소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경영진추천위원회 이후 강덕수 회장에 기회를 줘야한다는 '동정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채권단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기존의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새 경영진을 구성해 구조조정에 속도감을 내고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채권단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현실적으로 입장을 번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이사회가 반란을 일으킬 수 없다고 자신감을 갖는 것은 지난 7월말 STX조선과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자율협약 MOU) 때문이다.

등기이사와 새 대표이사에 대한 선임 권한은 이사회가 갖고 있지만, 자율협약 MOU를 체결한 이후 이사회의 힘은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채권단과 STX조선이 체결한 자율협약 MOU에는 '채권단으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에 대해 이사회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STX조선 이사회가 등기이사와 대표이사 등의 선임 권한을 채권단에 위임한 형태다.

STX조선의 이사들은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자율협약 MOU를 이사회에서 승인했다. 강덕수 회장 등 3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들이 동의한 셈이다.

따라서 이날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채권단이 추천한 인사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채권단은 혹시라도 이사회가 채권단의 결정 사안에 대해 '반기'를 들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채권단과 STX조선 사이에 체결된 자율협약 MOU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보고,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STX조선에 대한 경영정상화 입장을 포기하면, STX조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밖에 없다.

강덕수 회장이나 이사회 구성원들이 선뜻 선택하기에 매우 어려운 카드다.

강덕수 회장의 '역할론'에 대한 여론이 있지만 오너를 살리자고 법정관리를 선택했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STX그룹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강덕수 회장에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채권단의 결정을 막을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채권단 추천 안건이 통과되면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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