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감독원이 주요 외국계 증권사들의 기관대상 금융상품 판매실태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가면서 골드만삭스의 투자은행(IB) `능력'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말레이시아 정부 보증 채권(1MDB) 판매로 약 5억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에서도 1억달러 안팎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감독 당국은 골드만삭스가 라이센스 없이 국내에서 상품을 판매한 점과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에 검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글로벌 증시와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돋보이는 대형 IB의 영업 수완이다.

국내 대형 금융사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해 "골드만이 판매한 채권은 경기침체기에 수익률에 목말라하는 장기투자자들에 적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판매된 채권에 대해 중도환매가 나오고, 다시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계속 발생될 구조"라며 글로벌 IB들의 기법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기법을 제대로 수익으로 연결하려면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고객관리 능력과 자본력, 금융기법 등이 모두 조화를 이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해외 금융환경이 열악한 가운데서도 프랭클린템플턴은 오히려 지금 러시아와 멕시코 시장을 선도적으로 공략하고 있고, 핌코는 브라질 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투자 수익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안방에서 은행들이 현금입출금기(ATM) 수수료나 예대마진 수입에 의존하다 실적이 나빠졌다거나, 증권사들이 박한 고객수수료나 증시 불황으로 곤란에 처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세계 IB들이 이처럼 전략적 비즈니스를 영위할 때 한국 금융기관들은 역량 부족으로 국내 판매를 위한 네트워크 보조 역할 정도나 하고 만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한해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의 순이익을 살펴보면, 국민은행 1조4천억원, 신한은행 1조6천억원, 우리은행 1조4천억원, 하나은행 6천억원 정도다. 5대 증권사들의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8%에 그쳤다.

골드만삭스가 1MDB 판매 딱 한건으로 벌어들인 수입 6천억원과 대비되는 수치다.

게다가 국내 은행들이나 증권업계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더욱 민망하다. 국내 은행의 작년 순이익의 상당 부분은 이자마진과 수수료 관련 수입이었고, 증권업계의 수익의 대부분은 여전히 일반 리테일 부문의 수수료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통한 해외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 논의 등 최근 국내 금융산업의 후진적 상황은 점점 더 제조업의 경쟁력 조차도 따라가지 못할 처지가 돼 가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