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포스코가 약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영구채권' 발행을 포함한 대대적인 재무개선 작업에 나서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실적에 시달리며 자금력이 저하된 포스코가 내놓은 처방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업계 안팎에서는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다.

특히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포스코의 재무상태를 우려하고 있어 회사의 선택은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재무개선 결과를 판단하긴 이르지만 여전한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현재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추가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2일 연합인포맥스의 기업 재무제표 분석(화면 8108,8109)에 따르면 포스코의 부채비율(연결 기준)은 작년 말 86.8%에서 지난 6월 말에는 90.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은 42조4천294억원에서 43조9천513억원으로 1조5천219억원 늘어났지만, 부채는 36조8천364억원에서 39조7천558억원으로 2조9천194억원이나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소폭 상승한 것이다.



◇ 작년부터 본격 '재무개선'…그러나 또 '신용 경고' = 포스코의 재무구조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부터다.

철강업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지만, 계열사 인수와 대규모 투자 등으로 필요한 자금은 꾸준히 들어가면서 빚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2009년 말까지만 해도 포스코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총차입금 비율(총차입금/EBITDA, K-GAAP 연결)'은 2배 수준을 밑돌았지만 2010년부터 2배((K-GAAP 연결)를 넘어서기 시작해 재작년에는 3.5배(K-IFRS 연결)로 급상승했다.

부채비율도 2009년 말 58.9%(K-GAAP 연결)에서 2010년 말 80.1%((K-GAAP 연결), 2011년 말 92.5%(K-IFRS 연결)로 급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09년 말까지는 24.3%(K-GAAP 연결)에 머물러 통상 우량 판단 기준인 30%를 밑돌았지만, 2010년 말부터 30%(K-GAAP 연결)를 넘어서 재작년 말에는 34.3%(K-IFRS 연결)까지 상승했다.

이 때문에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우량 재무구조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전 세계 철강 업체 중 최고 수준이던 포스코의 신용등급은 강등됐다. 그러자 포스코는 지난해 초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이후 포스코는 타법인 지분 등 비핵심 자산 처분에 열을 올렸다.

KB금융 지분 1%와 하나금융지주 지분 0.92%, SK텔레콤 보유분 2.89%를 매각해 5천800억원 을 확보했고, 태국 타이녹스 지분 10%(370억원)와 세아제강 지분 10%(610억원) 등도 처분했다.

포스코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도 교보생명 지분 24%(1조2천50억원)와 중국 산동시멘트 지분 100%(750억원) 등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포스코의 재무수치는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에 자산을 매각해도 자금이 부족했다.

실제로 포스코의 EBITDA(연결)는 재작년 7조7천340억원에서 작년에는 6조2천169억원으로 축소됐다. 그 결과 '총차입금/EBITDA' 비율(배)을 재작년 말 3.5배에서 작년 말에는 4.0배로 오히려 악화됐다.

그러자 작년 하반기에 포스코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 등 해외신평사는 올해 들어서도 추가 강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 히든카드 '영구채'…'추가 대책'도 필요 = 하지만 포스코로서는 더는 매각할 자산이 마땅치 않았다. 일부 가진 타법인 지분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위해서 있어야 하는 주식이었다.

이때 포스코가 히든카드로 꺼내 든 것이 바로 '영구채권' 발행이었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어 원금 상환을 계속해서 연장할 수 있는데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게 됐다. 돈이 필요한 포스코로서는 재무부담을 줄이면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절호의 방안인 셈이다.

때마침 영구채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뜨겁자, 포스코는 당초 6천억원으로 잡았던 영구채 규모를 1조원으로 늘려 지난 6월 발행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사무라이본드 500억엔 등 차입금을 갚기 시작했다. 그 결과 포스코 총차입금(개별기준)은 작년 말 9조6천111억원에서 지난 6월 말에는 9조636억원으로 5천475억원이 감소했다.

6월 이후 상환된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등까지 고려할 경우 포스코의 차입금 부담은 더 크게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 재무개선 정도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영구채 효과로 포스코 자체의 부채 부담은 조금 덜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현금창출력이 예전만 못해 신용등급 강등 압박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추가 차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도 재무부담을 늘리지 않고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말 총 5천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이 자금을 인천발전소와 포항부생발전소를 건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 11일 장 마감 후 자사주 249만3천274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블록세일)으로 매각해 총 8천73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영구채 발행 넉 달 만인 다음 달에는 또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7천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자금은 내년 1월 만기가 돌아오는 5천억원의 회사채를 갚고, 재무 완충력을 높이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포스코는 내년부터 그룹 전체의 투자금을 많이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지출 부담을 줄여 내부에 자금을 쌓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큰돈이 들어가는 철강 투자가 상당수 마무리됐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투자액을 꽤 줄일 것"이라며 "올해 그룹의 투자 계획의 7조~8조원 수준인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1조~2조원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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