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웅진케미칼 매각이 작업이 의외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그만큼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 도레이의 한국 법인인 도레이첨단소재가 LG화학, GS에너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최종 본계약, 잔금납입 등을 앞두고 있으나 거래 가격도 당초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불황기를 지나고 있으나 웅진케미칼 매각은 웅진식품, STX에너지 등과 함께 흥행 양상을 보였다.

인수전에 뒤늦게 뛰어들어 진정성을 의심받은 롯데케미칼이 본입찰에 불참했다. 그러나 LG화학과 GS에너지, 도레이첨단소재, 유니드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펼쳤다.

16일 M&A 업계에 따르면 도레이첨단소재는 4천300억원을 제시했다. GS에너지와 LG화학은 4천억원 내외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매각가는 3천억원에서 3천500억원 수준이었다. 웅진홀딩스 측도 '3천억원 이상을 받게 해주겠다'는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었다.

일부 인수 후보의 제시가격이 4천억원 이상으로 뛴 것은 대기업 참여에 따른 경쟁 영향도 있었지만, 실사과정에서 웅진케미칼의 현금창출력(EBITDA)이 서류에 드러난 것보다 더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해외 부문과 함께 그룹 지원을 제외하면 현금창출력이 더 높아진다고 분석된 것.

그렇다고 입찰 참여 전부터 인수에 다소 회의적인 일본 도레이 본사와 이견이 있었던 도레이첨단소재가 4천억원 이상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한 것은 의외로 평가된다.

지난해 연결 기준 2천억원의 영업이익에 1천400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한 도레이첨단소재가 풍부한 유동성을 자랑하는 LG화학과 신사업 의지가 강한 GS에너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본사와의 이견 조율은 물론, 강한 의지도 보여준 셈이다.

당초 변수로 알려진 미국 섬유화학업체인 듀퐁이 아라미드 핵심기술 유출과 관련해 웅진케미칼을 주시하는 것도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일부 후보는 본입찰 후 추가 가격을 제시하며 뒤집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이 결정하는 거래인 만큼 공정성 시비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일단 매각 주관사는 추가로 제시한 가격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수처리 기술 유출이라며 '애국심'에 호소하려는 여론몰이도 벌어지고 있다.

수처리 업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웅진케미칼의 역삼투압 필터 기술이 세계적으로 완전한 독자기술이 아니다"며 "기술력에서도 도레이 측이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LG화학과 GS에너지가 끝까지 경쟁한 것도 눈길을 끈다. 범LG가로서 컨소시엄 가능성도 예상됐었으나 양측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과거 GS(GS건설)와 경쟁해 대우인텍을 인수한 LG(LG상사)는 이제 STX에너지를 놓고 GS(GS에너지)와 다시 맞붙는다.

M&A 업계 관계자는 "실사하면서 시너지를 더 높게 평가해 예상보다 많은 돈을 내겠다고 할 수는 있으나 현금 창출능력을 훨씬 더 높게 보고 시장 예상치를 넘는 가격을 제시한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 유출이라며 여론몰이를 하는 LG화학이나 GS에너지가 의지가 있었다면 더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했어야 했다"며 "LG와 GS는 STX에너지 인수도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만큼 웅진케미칼 딜이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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