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금융시장의 파고는 더 높고 잦을 것 같다.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부채 한도 협상부터 독일 총선과 유럽 이슈, 일본의 소비세 인상 등 선진국동향의 큰 변화가 예상되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불안과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 역시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주에는 대형 파도인 올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이 출구전략의 첫 걸음을 뗄 '양적완화(QE) 축소'를 결정할지가 핫이슈다.

최근 국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는 말을 한다. 지난 5월 '버냉키 쇼크(벤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 시간표를 발표했을 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현상)'가 있었을 때부터 이미 미국은 출구전략의 페달을 밟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번에 양적 완화를 축소하든 그렇지 않든 중요한 변수는 아니라고 한다.

출구전략의 발걸음은 한 발짝씩 내디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 1%에 머물던 기준 금리를 5.25%까지 올린 적이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당시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12번 연속 금리 인상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경험은 미국이 한번 움직이면 누가 뭐래도 제 갈 길을 간다는 인식이 강하다.

과거에 그랬듯이 미국은 이번에도 자기 이해관계에 충실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들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에 '신중한' 출구전략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얼마나 귀담아들을지는 미지수다. 오바마 대통령은 신흥국들의 요청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국제사회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9월 회의에서 100억~150억달러의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850억달러인 월간 채권 매입액은 약 700억~750억달러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버냉키 연준'의 출구전략 시간표는 내년 6월까지 QE를 중단하고, 2015년에 제로금리에 변화를 준다는 것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의 키는 떠나는 의장보다 새로 올 연준 의장이 쥐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사실상 출구전략의 밑거름만 뿌리고 퇴장하는 셈이다. 후임 의장이 출구전략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매파 로런스 서머스와 비둘기파 재닛 옐런 중 누가 버냉키의 뒤를 이을지에 따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다를 것이다.

서머스는 15일(미국시간) 오바마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연준 의장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의장 후보직 고사는 연준의 출구전략이 시간표대로 흘러갈 것임을 시사한다. 이른바 '서머스 연준'의 빠르고 강력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시장 변수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머스와 함께 불어올 달러 강세의 바람도 당분간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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