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웅진케미칼의 새로운 주인이 이번 주(23~27일)에 결정된다. 일본 도레이사의 한국 법인인 도레이첨단소재가 본입찰에서 4천300억원을 제시해 4천억원 내외를 적어낸 GS에너지와 LG화학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러자 기술유출 우려를 앞세운 애국심 선전전이 펼쳐졌다. 가격에서 밀린 기업 쪽에서 나오는 얘기다. 일부 인수후보는 본입찰 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구애를 펼쳤으나 불공정 시비를 차단하려는 매각 주관사는 일단 본입찰 가격을 법원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이번 딜에 가장 적극적인 GS에너지는 아직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GS에서 분할돼 설립된 중간지주사 GS에너지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며 STX에너지 인수전에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그러나 웅진케미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떠나 GS그룹은 본입찰에서 역시 아쉬운 베팅을 했다. 자주 보던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GS리테일은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어 한때 유력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상하기도 했으나 매각 측이 본입찰 후 가격 및 인수조건 '레이싱'을 유도하자 떨어져 나갔다. 결국, 코웨이는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 손으로 넘어갔다.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매각한 후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던 GS리테일은 편의점에 집중하면서 여전히 매물을 찾아다니고 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GS그룹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중도 포기했고 하이마트를 유진그룹에 뺏긴 바 있다. 특히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걸친 하이마트 인수전에서는 유진그룹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고도 다른 조건에서 밀려 계열로 편입하지 못했다.

2008년에는 공들여 준비했던 대우조선해양을 포스코와의 컨소시엄 구성 실패로 역시 놓쳤다. 당시 GS그룹은 '쏘나타를 6천만원에 주고 살 수 없다'는 말고 컨소시엄 실패 원인을 설명하기도 했다. 군침을 삼킨 현대오일뱅크에 대해서도 우선매수권을 가진 현대중공업 때문에 입맛만 다셨다. 2011년에는 LG전자와 대우엔텍(현 하이엔텍)을 놓고 경쟁했던 GS건설이 고배를 마셨다.

물론, 쌍용(현 GS글로벌), 삼일폴리머, 애드플라텍(현 GS플라텍), 다우메탈(현 GS에코메탈), 대경테크노스(현 DKT), 새한미디어(현 코스모신소재) 등 작은 M&A에서는 성과가 있었다. 해외 기업 지분 인수도 병행했다. GS건설의 스페인 수처리업체 이니마 인수(약 3천500억원)가 가장 돋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대형 M&A에는 실패하면서 GS칼텍스에 대한 높은 그룹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총 2조7천억원의 투자를 계획한 GS그룹은 국내외 유통 부문 사업 확대, 자원 개발, 신재생에너지 및 수처리 사업에서 사실상 적극적인 M&A를 선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GS그룹에 '한 방'을 주문하고 있다.

국내 IB 관계자는 "GS그룹이 인수에 실패한 일부 기업이 나중에 다른 그룹의 리스크로 작용하거나 장기간 실적 부진에 겪는 점에서 철저한 밸류에이션에 의한 베팅이 옳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렇게 되면 웅진케미칼 사례에서 보듯 GS그룹은 조금씩 부족한 베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해서 성공적으로 경영할 자신이 있으면 너무 밸류에이션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며 "자원 개발이나 신재생에너지, 수처리 사업은 이미 무한 경쟁 상황인데 M&A 시장에서 한 방이 있어야 GS칼텍스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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