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한때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오바마 폰'이라는 유명세를 떨쳤던 캐나다의 블랙베리가 경영난 끝에 결국 팔리게 됐다.

모토로라와 노키아에 이어 블랙베리마저 매각되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체제'가 굳어지게 됐다.

◇ '화이트칼라' 상징 블랙베리…변화에 도태돼 매각 = 2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캐나다 보험사인 페어펙스파이낸셜홀딩스가 주도한 컨소시엄과 매각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잠정 주당 매각가는 지난주 종가보다 3.1% 높은 9달러로 총 규모는 47억달러(약 5조500억원) 수준이다.

페어펙스 측은 앞으로 6주간 기업실사를 거쳐 최종 인수 여부와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그 기간에 블랙베리도 다른 인수자 물색을 계속할 것으로 전해졌다.

무선호출기로 시작한 블랙베리는 지난 2002년 이메일과 메시지를 보내는 검은 단말기 형태의 블랙베리폰을 출시하면서 유명해졌다.

특히 컴퓨터 키보드를 그대로 가져온 '쿼티' 키보드를 탑재하면서 북미 업무용 휴대전화 시장에서 정·재계 인사들의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용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 결과 한창 회사가 잘 나가던 2007년 무렵에는 시가총액이 700억달러에 달했고, 2008년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블랙베리는 급격히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작년 말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블랙베리의 점유율은 4.7%(시장조사업체 IDC 기준)까지 떨어졌고, 지난 2008년 149달러였던 주가는 10달러 이하로 폭락했다.

이 때문에 블랙베리는 최근에는 임직원 4천500명을 해고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결국 매각 절차를 밟은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랙베리는 급격히 변하는 스마트폰 업계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된 것"이라며 "매각 후에는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블랙베리에 노키아, 모토로라까지…삼성-애플 '천하' = 스마트폰 업계에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된 곳은 블랙베리뿐만이 아니다.

1년여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업계 1위였던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는 지난 3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리게 됐다. 매각 대금은 54억4천만유로(약 7조8천억원) 수준이다.

매각 후 노키아는 MS 운영체제를 탑재해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모바일 OS 시장에서 MS의 시장점유율도 3.9% 수준이라 큰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지난 2011년 8월에는 당시 세계 4위의 스마트폰 제조사이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도 구글과 125억달러(약 13조5천억원)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모토로라는 모바일 OS 시장의 강자인 구글을 등에 업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했지만,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보다는 모토로라의 특허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매각 후에도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뚜렷한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 양강구도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 2분기 기준으로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은 각각 31.7%와 13.3%로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LG전자(5.2%)와 ZTE(5.0%), 화웨이(4.8%) 등이 추격하고 있지만 격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고 있고, 노키아와 블랙베리, 모토로라의 점유율도 각각 3.2%, 2.9%, 0.9%에 그치고 있다.

특히 삼성과 애플은 최근 내놓은 갤럭시S4와 아이폰5S 등의 신제품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판매량은 꾸준히 시장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는 깨지기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시장에 쌓인 영향력 때문에 이제는 소비자들이 삼성과 애플의 브랜드만 보고도 소비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런 구도를 깰 만한 강력한 추격자는 없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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