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삼성가의 맏딸 이부진씨가 지난해 말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호텔신라는 매출규모를 20% 이상 키우고 김포공항 면세점의 알짜 사업권을 따내는 등 외형을 키우는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이익창출능력과 재무건전성 등 내실은 약해졌고, 그나마 외형성장도 AK면세점을 업계 1위 호텔롯데에 내주면서 빛이 바랬다.

호텔신라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매출액 1조2천500억원에 영업이익 602억원, 당기순익 3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천억원 정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 당기순익은 2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이는 호텔신라 매출액의 84.7%를 담당하는 면세점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3%대로 떨어진 영향이 크다.

실적 악화는 재무건전성 약화로 이어졌다.

호텔신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960억원에서 3분기 말 355억원으로 줄었고 단기차입금은 500억원에서 537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도 1천318억원에서 1천500억원으로 14% 증가해 자본대비 부채비율은 108.0%에서 121.2%로 높아졌다.

호텔신라는 "3분기 누적 실적 악화는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인 관관객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3분기부터 일본인 관광수요가 회복되고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를 소폭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경쟁사인 호텔롯데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익을 모두 20% 넘게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의 사업별 비중은 면세점 80%에 호텔 13%, 기타 7%로 호텔신라(면세유통 85%ㆍ호텔 13%ㆍ기타 2%)와 비슷한 구조다.

호텔롯데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2조1천600억원에 영업이익 2천6억원, 당기순익 2천3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천500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27%와 26% 늘어나 2위인 호텔신라와의 격차를 더 크게 만들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01년 호텔신라 기획담당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2005년 임원이 된 이후 호텔롯데를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007년 기존 사업권자였던 호텔롯데와 애경의 틈을 뚫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면세점 사업권자로 새롭게 선정되면서 롯데면세점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호텔신라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의 40% 이상을 담당한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다.

당시 호텔신라 상무였던 이 사장은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호텔 사장과의 경쟁구도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루이뷔통 유치를 두고 롯데면세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신라면세점은 세계 최초로 공항에 입점하는 루이뷔통 매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또 올해에는 김포공항 면세점 운영권 입찰에서 신라면세점이 '알짜 구역'으로 인정받는 화장품과 향수 중심의 A구역 운영권을 확보, 롯데면세점을 B구역(주류, 담배)으로 밀어내는 등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호텔롯데에 밀리면서 호텔신라는 만년 2위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롯데면세점과의 격차를 줄일 기회였던 AK면세점 인수전에서 호텔롯데에 완패했다. 2010년 당시 면세점 분야의 시장점유율은 롯데면세점이 47%, 신라면세점이 28%, AK면세점이 9%로 신라가 AK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을 37%까지 끌어올리며 롯데면세점과의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AK면세점을 롯데가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 격차는 두 배 수준까지 벌어졌다. 당시 호텔신라는 비공개입찰로 진행된 AK면세점의 매각정보를 사전에 파악하지도 못했다는 후문이다.

공들여 유치한 명품매장을 유지하는데도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구찌는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의 매장 2개를 철수했고, 샤넬 역시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서 철수했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급 면세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명품 브랜드가 필수적이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의 명품 수요도 커지는 추세라 명품 매장 유지와 확대는 면세점의 사활이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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