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7일 오후 롯데백화점 스타 애비뉴(Star Avenue). 요우커(旅客.중국 관광객)들이 수백 명이 줄지어 서 있다. 롯데 면세점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인근 주차장엔 관광버스 십여 대가 주차해 있다. 중국 관광객은 형형색색의 깃발을 휘날리며 1열 종대로 면세점을 향한다. 이른바 깃발부대들이다. 백화점 안내원은 "오늘 중국에서 인천으로 크루즈 관광객들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 마련된 터치스크린에는 송승헌, 장근석, 최지우, 슈퍼주니어 등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한류(韓流)스타들의 사진과 영상물이 나온다.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 관광객을 끌어 모으려는 롯데의 마케팅이다. 중국 팬들은 송승헌 사진 옆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슈퍼주니어를 배경으로 동영상도 찍는다. 백화점 건물에는 외국인만 대상으로 하는 특별세일을 알리는 중국어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백화점을 빠져나가는 중국 관광객의 손엔 불가리,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명품 쇼핑백이 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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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외 여행수지. 2011년 적자를 기록했던 대중.대일 여행수지가 2012년 들어 흑자를 기록했다. 출처:관광지식정보시스템)



이들은 우리나라의 달러벌이에 효자노릇을 한다. 한류에 먼저 열광한 일본 관광객 역시 마찬가지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201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14.8억달러의 여행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일본으로부터는 22.6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4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작년 경상수지 흑자(295억달러)의 15%나 된다.

2011년만 해도 우리는 중국(-6천만달러)과 일본(-3억6천만달러)에 여행적자를 기록했다.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해 매년 여행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보다 중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이 구도가 역전된다. 중국에 퍼진 한류의 힘이다. 한 번에 대량 구매하고, 고가의 물품들을 많이 구입하는 요우커들의 존재는 한국 대외수지 호전의 밑거름이다. 중국과 일본의 외교갈등으로 우리가 덕을 본 측면도 있다. 중국 관광객은 일본을 꺼려 한국을 찾고, 일본 관광객도 중국에서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 한국을 대체 여행지로 삼는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대중.대일 여행수지 전선은 이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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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의 대중 여행수지는 적자였다가 2012년부터 흑자로 전환한다. 통계가 시작된 1998년부터 2002년까지도 대중 여행수지는 적자였다.)



우리나라 전체 여행수지는 적자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약 46억달러의 여행적자를 기록했다. 미국(-43억달러)과 EU(-16억달러), 동남아시아(-19억달러), 기타(-16억달러) 등 외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아직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여행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여행수지 적자폭을 줄임으로써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9개월째 흑자를 기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 세계화 바람을 타고 해외여행과 외국 유학 붐이 일면서 여행 수지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서비스 수지 중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여행수지와 물건을 제조해 얻는 상품수지가 동시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다보니 외환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벌어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에 닥칠 글로벌 위기를 막는 방파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 방파제 안에는 한류가 흐르고 있다.

여름이면 설악산과 동해안으로 휴가를 오는 중국 여행객들, 성형 등 의료관광을 오는 중국ㆍ일본 관광객은 한류의 효과를 실감하게 한다. 한국 대학으로 유학오는 중국 학생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평일 낮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 마주치는 학생 10명 중 2~3명은 중국인들이다. 롯데백화점 옆에는 광둥식 요리 전문점 크리스탈 제이드가 새롭게 문을 열었고, 종로와 인사동 식당가에서는 일본어 메뉴판을 익숙하게 볼 수 있다.

요즘 태국에선 한국 드라마가 인기다. 왕이 이끄는 나라여서 그런지 '이산'처럼 왕조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 열광한다고 한다. 태국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도 동시에 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증가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 발표한 외래관광객 잠정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동남아 관광객은 싱가포르(9%), 말레이시아(6%), 인도네시아(21%), 필리핀(19%) 등에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K-POP과 한류의 영향 덕분이다.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한류가 관광 달러를 만들어내는 씨앗 역할을 한 셈이다. 좀 더 포괄적으로 얘기하자면 한국경제는 산업과 무역, 관광 등 폭넓은 면에서 서방 국가들보다 중국과 동남아에 대한 연관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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