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가 내년에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적정 환율 및 금리에 대한 서을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흐름을 반영하면서 강한 절상 압력에 노출됐지만 당국의 견제에 밀려 박스권에 갇혀 있다. 시중금리도 경기회복과 기대 등을 반영하며 상승세를 보이다가 미국의 테이퍼링이 연기된 데 영향을 받아 다시 안정세를 보이는 등 박스권으로 수렴하고 있다. 환율과 금리 모두 향후 경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히면서 연말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 경기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 연말 투자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내 경제수장들의 최근 발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현오석 부총리는 우리나라 경제가 이제 턴어라운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부총리는 최근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에서 내년 성장률이 3.9%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추경까지 편성했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정부 재정의 경기 마중물 역할을 줄여서 예산을 편성했다고 덧붙였다.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 재정의 역할이 줄어든 반면 기업 등 민간 차원의 경기 회복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각종 경제지표도 현부총리의 턴어라운드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는 경기둔화의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방증로 풀이되고 있다. 제조업의 9월 업황BSI는 75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고 10월 업황전망BSI는 5포인트나 오른 82를 기록했다. 강도는 약하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한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기 턴어라운드를 강하게 시사했다.

김총재는 지난 12일 "올해 하반기 3.7%, 내년 4.0% 성장할 것이라는 종전의 경제 전망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예측치 3.9%와 유사한 수준이다.

두 경제 수장이 턴어라운드라는 말을 공식화할 정도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강화됐다.

▲ 당국은 환율 하락을 싫어해= 이제 서울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이 두 경제 수장의 경기 전망을 평가할 차례다. 두 경제 수장의 경기 전망을 신뢰하면서 투자 전략을 짜야할지 아니면 당국에 맞서는 패턴으로 짜야할지 분수령을 맞은 셈이다.







<최근 한달간 달러원 환율 움직임>



달러-원 환율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의 패가 윤곽을 드러냈다. 당국은 최근 한달 사이 40원 이상 급락한 환율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 27일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경제가 다소 나아지고, 우리나라도 경상수지 흑자가 나오는 영향으로 원화가 절상되는 게 빠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FOMC 이후 외환시장 모니터링 이후에 외환시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기재부 1차관도 같은 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서비스산업총연합회 1주년 행사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달러-원 환율 흐름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는 중"이라며 "달러-원 환율의 쏠림 현상은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고위 외환 당국자가동시다발적으로 구두개입성 멘트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그 정도로 외환당국이 최근 달러-원 환율 절상 속도에 대해 불편해 한다는 방증인 셈이다.

▲ 최근 금리 상승 당연하게 보고 있는 당국=경기회복에 따른 시중 금리 수준에 대한 당국의 생각은김중수 한은 총재의 금통위 기자회견 발언에서 그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테이퍼링 가능성이 제기된 5월 이후 국채선물 3년물 움직임>



김 총재는 "한국의 시장금리는 정책금리에 따라 영향을 받는 면도 있지만, 시장은 정책금리와 무관하게 현재도 (외부) 영향을 받아 나름대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중금리가) 정책금리와의 조화를 잘 이뤄갈 것이라는 이야기만 하겠다"면서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경기회복 기대 등을 반영하면서 국내 시중금리가 상승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에 맞서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주효할까, 아니면 떨어지는 칼날을 받지 말고 대세에 순응하라는 투자 격언이 위세를 뽐낼까. 이제 한 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4분기다. 캐럴송이 울리때쯤이면 두 격언을 추종한 투자자들의 우열이 드러날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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