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일본은행(BOJ)의 양적 완화와 엔고 저지 노력에도 14년간 이어온 엔화 강세장은 끝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엔화는 지난 14일 BOJ가 10조엔 규모의 깜짝 단기국채 매입 계획을 밝힌 이후 77엔 중반에서 78엔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BOJ의 이런 조치가 엔화에 지속적인 하락 압박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화의 운명을 결정짓는 더 중요한 요인은 달러화와 유로화의 처지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3차 양적 완화에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회복세를 나타내기 전까지 달러화는 취약한 상황을 유지할 것이며 유로화는 여전히 유럽 재정위기의 인질로 잡혀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유럽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여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런던소재 헤지펀드인 프롤로그 캐피털의 토머스 젤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선 엔화의 장기적인 강세장이 끝났다는 것을 회의적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다수의 투자자가 이제 엔화가 강세로의 일방통행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옵션시장에서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엔화 약세를 전망하는 포지션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 케먼웰스 오퍼튜너티 캐피털의 애덤 피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거의 15년 동안 투자자들은 엔화 숏포지션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들 대부분은 매년 투자금을 잃었다"고 말했다.

피셔 CIO는 그러나 수출이 감소하는 등 이제 엔화 강세를 이끌었던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BOJ의 완화조치가 엔화 강세 조류를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젤프 이코노미스트도 BOJ의 최근 완화 조치에서 부족한 점을 몇 가지 꼽았다.

먼저 BOJ가 단기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만기 연장을 약속하지 않으면 완화 조치를 계속 이어갈 것임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또 10조엔이라는 규모가 상당하지만, 일본의 부채 규모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것이라고 젤프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BOJ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만큼 공격적인 완화조치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스트래티지스트는 BOJ가 이번 조치로 대차대조표 자산이 7% 늘었을 뿐이며 작년에는 11%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차대조표 자산은 작년에만 19% 늘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중앙은행(SNB)은 각각 36%, 33% 증가했다.

뮤추얼펀드인 매튜스 인터내셔널의 테레사 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의 상황이 나빠지면 엔화는 여전히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엔화 강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은 미국 경제의 호조라면서 "만약 미국에서 계속 긍정적인 지표가 나오면 엔화 약세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엔화의 추세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젠스 노드빅 노무라증권 헤드는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장기옵션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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