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회장님이 부재로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 기업 활동에 막대한 차질이 있다"

오너 회장이 부재중인 SK와 한화, CJ그룹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얘기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사법부가 정상을 참작할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시키려고 하는 의도다.

오너 부재에 따른 사업 차질은 절반은 틀리고 절반은 맞는 얘기다.

현재도 3개 그룹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잘 굴러가고 있다. 계열사 매각, 청산, 합병, 신설 등 같은 상시 조정도 이뤄지고 있고, 해외 사업이나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도 진행된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오너의 부재를 피부로 느끼는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타기업 인수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차질이 있다. 특히 인수 금액만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인수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일 발표한 '2013년 3분기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3분기 자문사가 낀 경영권 이전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거래(완료기준)에서 3개 그룹이 관여된 것은 SK에너지 분할 뿐이었다. 국내에서도 M&A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집단인 SK와 한화, CJ그룹이 소극적이다 보니 M&A 시장 침체는 자명하다.

3분기 경영권 이전 기준으로 재무자문 1위인 산업은행의 자문금액은 2천700억원, 법률자문 1위인 법무법인 세종의 자문금액은 5천200억원대에 그쳤다.

연간 누적으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CJ CGV의 시뮬라인 인수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열사 분할과 합병 건 뿐이다.

3개 그룹의 빈자리는 사모투자펀드(PEF) 등이 채우는 실정이다. 삼성이나 LG그룹처럼 전통적으로 M&A에 보수적인 기업집단이 과거보다 타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건수나 규모 면에서 M&A 시장 활성화에는 미흡하다.

오너 회장 없다고 타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느냐고 따질 수 있다.

물론 수의 계약으로 이뤄지는 중소형 기업 인수는 전문 경영인이 결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 수조원이 소요되는 인수는 의사 결정단계부터 곤란을 겪는다. 특히 입찰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면 과감한 베팅이 쉽지 않다.

일례로 CJ대한통운은 미국 물류회사 인수를, SK E&S는 STX에너지 인수를 각각 포기했다. 전문경영인과 실무자는 사업상 필요해도 시너지 등을 고려해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3개 그룹이 하이닉스, 대한통운과 같은 대형 거래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이 시장에 재무 우려까지 받으면서 과감하게 베팅을 지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화가 ING생명 인수전에서 PEF들보다 밀렸던 것도 김승연 회장의 부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문제가 없겠으나 기업이 도약하는 큰 결정은 아무래도 오너 회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형 인수가 오히려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3개 그룹 오너의 부재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당분간 M&A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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