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설명: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우리나라 금융 규제는 무늬만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다. 실질적으로는 포지티브(positive)다. 그런데 여신금융은 무늬도 포지티브다."

취임 넉달째를 맞은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은 1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이라는 단어를 수시로 썼다. 규제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달 말 최종 발표를 앞둔 밴 시장 구조 개편안을 두고도 그랬고 유심과 비(non) 유심 진영으로 양분된 모바일 카드 시장 얘기하면서도 경쟁을 강조했다.

최소한의 규제와 지원을 빼고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주의였다.

그가 인터뷰에서 임기 내 첫 번째 목표로 꼽은 '대폭적인 규제 완화' 역시 큰 틀에서 보면 경쟁을 통한 시장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재경부 외환제도과장과 기재부 국고국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사업지원단장,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 사무총장(차관급)을 지냈다.

▲ 임기 첫 번째 목표 "대폭적인 규제 완화" = 김 회장은 여신금융업계의 숙원인 '부대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제 방식 변화'를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그는 '업계가 할 수 있는 업무'를 나열하는 기존의 포지티브식(式) 영업 규제가 궁극적으로는 네거티브 방식(포괄주의)의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카드사들이 할 수 있는 부대업무는 여행알선과 통신판매, 보험 대리판매 등으로 제한돼 있다.

김 회장은 "여신금융은 다른 업권과는 달리 수신 기능 없이 회사 책임하에서 자기자본과 일정 레버리지를 통해 사업을 하기 때문에 사업영역을 확대해주고 영업 규제를 대폭 풀어줘도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업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풀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에 대안을 제시해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네거티브로 전환하면 여전사가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에까지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당국 우려가 있다"며 "그렇다면 네거티브 방식으로 하더라도 중소기업 영역은 진출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자고도 당국에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도 불안하다면 준(準) 허가제인 신고제를 도입해 새로운 업무를 할 때는 당국에 신고를 하도록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은 금융당국이 금융비전 차원의 큰 틀에서만 검토하고 있을 뿐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갑갑할 정도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 누구 하나 나서지를 못하고 있다"며 구조 개선에 미온적인 금융당국의 대응을 아쉬워했다.

▲ 밴 시장ㆍ모바일카드 '시장 순리대로' = 밴 시장 구조 개선 관련해 김 회장은 밴 수수료 결정 주체를 바꿔야 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안을 부연 설명했다

KDI는 밴 수수료 결정 주체가 신용카드사-밴사인 현행 구조를 가맹점-밴사로 바꿔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 7월 발표한 바 있다.

공정한 밴 시장 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밴 수수료 결정과 관련한 사안을 시장 기능에 맡겨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본 것이다.

김 회장은 "가맹점과 밴사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협회는 어느 밴사의 수수료율이 높고 낮은지 비교공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 개편이 2~3년여의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이달 말 이러한 내용의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모바일카드 시장과 관련, 비씨카드와 하나SK카드의 유심계열과 신한카드와 KB국민, 삼성, 현대, 롯데, NH농협 등 앱카드 계열이 경쟁하는 시장 구도에 대해서는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면 앱카드는 앱카드대로 개발이 될 것이고 유심은 유심대로 발전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카드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 보급에 협회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전하자 "시장이 똑똑하다"며 "시장이 할 수 있는 걸 협회가 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 "협회가 싱크탱크ㆍ소통 창구돼야" = 김 회장은 최근 협회의 조사연구 기능을 대폭 강화했고 현재는 2~3명 정도의 박사급 연구원 채용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카드 등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할 새로운 결제 수단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상황에서 미래 발전 방향을 협회가 꾸준히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김 회장은 "(조사연구센터를) 장기적으로는 협회 내에 '여신금융연구소'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가 미래에 대비하는 업계 싱크탱크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회원사와 금융당국을 잇는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도 가지고 있다.

'여신금융'이라는 한 테두리 안에 있는 카드사 외 할부금융과 리스 등 회원사간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러한 소통의 일환으로 매달 1회씩 업권별 조찬 모임을 만들어 금융당국 담당자와 청와대 경제 관련 비서관들을 초청하고 있다.

그는 "회원사에 치우치면 로비스트가 되고 당국에 치우치면 관료 앞잡이가 된다"며 "당국과 회원사,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겠다"고 말했다.

jy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