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가격(Price)변수인 '주가','금리','환율','원자재','부동산'을 취재하는 기자들 처지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분야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부동산이다.

이 분야는 거래소(Exchange)가 존재하는 다른 가격변수에 비해 펀더멘틀과 시장심리의 조합이 훨씬 복잡하고 변화난측하다.

2013년 부동산시장 예측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참가자인 일반 국민의 부동산 가격에 대한 '컨센서스'다. 현재 시장의 특징은 비관론자가 완전히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들의 '뷰'가 앞으로 크게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세 침체론의 구체적 배경은 이렇다.

무엇보다 한국경제가 고성장 국면이 끝나고 중장기적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점이다. 지난 40년간 부동산 폭등은 고성장 국면이기에 가능했다. 88년~2009년 사이에 서울 아파트는 400% 이상 상승해 연간소득대비 9.4에 이르렀지만,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 증가는 이에 훨씬 못 미쳤다. 향후 저성장 국면은 소득 측면에서 어려움을 가중시키므로 부동산 가격에 가장 큰 악재다.

두 번째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2014년 이후 전체 700만 명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 서막이 오른다. 이들은 은퇴 후 평균 30~40년을 별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국민의 전체 자산 중에서 부동산 비중이 79%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가진 게 아파트 한 채뿐인 이들은 은퇴 후 부동산 자산의 역모기지 또는 중소형으로의 전환, 전세로의 이사 등이 불가피하다. 당연히 대형 평수의 가격 하락은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게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도 문제다. 2015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 중 34~54세의 인구도 줄어든다. 전체 가구 수 중 1인 가구가 2012년 기준으로 25% 이상으로, 향후 10년~20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인가구는 노인층 및 독신가구의 증가가 대부분이다. 201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613만 명에 달했고 앞으로도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소형 평수 외에는 중형 이상 아파트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관론의 마지막 근거는 금융적 측면이다. 가계 및 기업 유동성 악화 위험이 커지는 점이 부동산 시장을 설상가상으로 만들고 있다. 2013년 현재 가계부채는 GDP 대비 96%에 달한다. 더는 빚을 내어 중대형 아파트를 살 여력이 없는 상태다. 화폐 통화 차원에서도 어렵다. 정부가 향후 고육책으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 부동산 하락을 막고자 하겠지만, 세계 경기침체에는 이 또한 크게 효과가 없다는 게 문제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가격 하락 속에 일부 지역이 반짝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일본과 같이 소폭 상승 및 하락이 반복되는 양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세상승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또 일부 지방에서 2009년부터 투기 수요가 몰려가 주택 대출이 많이 증가했지만, 이는 부동산 상승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대세 침체기에도 가격 폭등기에 나타났던 지역별ㆍ평수별 양극화가 극단화하는 건 당연히 지속하는 일이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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