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장용욱 기자 = 산은금융지주가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가면서 여의도 증권가를 들썩이고 있다.

공모 규모만 최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지주는 지난 15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외 증권사(IB)를 상대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을 진행한다고 밝히고, 입찰참가제안서를 23일 오전 10시까지 받을 예정이다.

당초 이달 말께 주관사 선정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보름 정도 일정이 앞당겨진 것이다.

이는 그만큼 산은지주가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름의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치고 올해 안에 상장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산은지주와 함께 산은지주의 '주인'인 정책금융공사 인사가 마무리된 것 또한 주관사 선정 일정이 앞당겨진 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산은지주는 23일 입찰참가제안서를 받아 서류심사를 진행해 곧바로 24일 15곳의 증권사를 숏리스트로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27∼28일 양일간 프리젠테이션(PT)를 실시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내달 5일 선정되며, 대표주관사 계약은 같은 달 12일에 체결한다. 주관사 선정을 위한 공고부터 계약 체결까지 한달안에 이뤄지는 셈이다.

산은지주가 전격적으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자 국내외 증권사들은 바빠졌다.

입찰참가제안서를 제출해야 할 23일까지 산은지주가 요구한 서류들을 준비하기에는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그간 산은지주의 IPO는 예정돼 있던 것이긴 하지만 일정이 다소 앞당겨지면서 허를 찔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증권사들은 산은지주의 주관사 선정 입찰 공고가 나오자 '비상모드'로 들어갔다. 일주일 정도의 기간에 산은지주가 요구한 자료들을 만들려면 꼬박 밤을 새우는 강행군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

그러나 최대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빅딜'의 주관사로 선정될 경우 상당한 트랙레코드와 함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감내를 하고 있다.

산은지주는 제안서에 ▲산은금융그룹의 발전방안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언 ▲추정 공모가격 ▲상장 및 공모전략 ▲관련 법령에 대한 검토 자문 방안 등을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추정 공모가격을 제시하고 상장 및 공모전략은 주관사 선정을 위해 증권사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핵심 항목이다. 기술평가와 가격평가로 크게 나뉘는데 배점은 각각 80점과 20점이다.

기술평가는 다시 정량평가인 수행능력평가와 정성평가인 제안내용평가로 나뉘는데 아무래도 정성평가에서 증권사간 우열이 가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은지주는 상장시 공모가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어 20점이 할당된 가격평가에서도 증권사간 차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일단은 숏리스트에 포함되는 게 중요하겠지만, PT 면접에서 발행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적정 수준의 공모 구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산은지주는 지난해 9월말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자기자본총액 2천억원 이상인 증권사를 입찰 참가 대상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국내외 증권사가 거의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이다.

산은지주는 주관사를 몇 곳으로 선정할지 밝히지 않고 있으나 국내외 IB는 대략 3∼5곳 정도가 선정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산은지주 IPO는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올해 최대 딜로 꼽히는 만큼 수수료 수입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좋은 트렉레코드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IB가 주관사단에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IB들은 이해 상충 문제가 덜한 비은행계 증권사들이 우선적인 선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 기준으로 지난해 IPO 주관에서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곳 가운데 비은행계열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2위), 미래에셋증권(4위), 현대증권(5위), 삼성증권(7위), 동양종금증권(8위), 씨티(10위) 등 6곳이다.

은행계열 가운데는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IPO 주관에서 1위를 차지했고, 신한금융투자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계열 증권사의 한 임원은 "산은지주가 산업은행을 자회사로 둔 만큼 영업비밀 보호 차원에서 은행계열 IB를 주관사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일단 이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증권사는 물론 외국계 IB들의 발걸음도 빠르다.

산은지주는 구주 10% 이상을 매출하는 방식으로 IPO를 진행할 예정인데, 아무래도 국내는 물론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도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한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곳들도 선정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 2010년 삼성생명 IPO때는 5곳의 주관사 가운데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ㆍ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IB가 3곳이나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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