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산은금융지주의 IPO는 사실상 강만수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산은지주의 IPO가 본격화되면서 나온 지주 직원들의 일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인 '산은지주 민영화'를 위해 강만수 회장이 총대를 멘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강만수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산은지주 IPO를 위한 걸림돌들을 해소하기 위해 발벗고 뛰어 다녔다.

IPO를 대비한 체제로 산은지주의 조직과 인사를 단행했고, 산은지주와 산업은행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는데 '실세'로서의 힘도 보여줬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예산과 인사에서의 독립성을 갖게 된 것은 강만수 회장이 아니었으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공기관 해제와 관련한 '특혜시비'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산은지주 측은 금융당국, 감사원 등의 이중, 삼중의 감시체제가 있어 방만경영 우려는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해제로 산은지주가 '날개'를 달았다는 데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실제 산은지주가 IPO를 밀어 붙일 수 있는 데는 공공기관 해제가 상당한 힘이 되고 있다.

민영화를 위한 첫 단계인 IPO 과정에서 지분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지주가 IPO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인 공모가 산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와 대등한 수준에서 인력을 확보하고, 영업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인수ㆍ합병(M&A)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산은지주의 본원적 가치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그러나 IPO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우선 정치적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산은 민영화에 대한 찬반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말기에 대규모 IPO를 진행하는데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 IPO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을 강만수 회장이 특유의 뚝심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지주는 일단 "올해 있을 총선이나 대선 등의 정치적 이벤트는 IPO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변수'라는데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만수 회장이 IPO를 통해 다시 '메가뱅크'의 불씨를 살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시장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 또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정부지분을 10% 매각하는 방식의 IPO이다 보니 '헐값 매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이미 상장돼 있는 기업은행도 정부지분을 매각하려다 지난해 실패한 경험이 있듯이 시장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강만수 회장은 올해 초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IPO시 주가를 어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높으면 높을수록 좋겠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산은지주 공모가 산정시 기준이 될 국내 금융지주사의 상대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강 회장의 기대처럼 공모가가 높게 형성될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산은지주의 IPO를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공모가가 낮게 형성된다면 헐값 매각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연내 IPO' 일정이 성사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회의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