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5일(미국 시각) 뉴욕 맨해튼의 한 한식당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었다.

김 총재는 구체적인 정책 관련 발언은 피했지만, 한은 내부 직원들의 역량 평가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시종 거침없이 직설적으로 토해냈다.

2010년 4월 그가 첫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많은 기자가 그만의 복잡하고 긴 어법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고생을 했지만 3년이 넘게 지난 지금, 그는 예전의 김중수 총재가 아니었다.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한은은 공부해야 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예를 들었다.

그는 "미국의 연준은 워싱턴에 있지만 실제 일은 시장이 있는 뉴욕 연준에서 많이 한다"며 "뉴욕 연준의 사이먼 포터(공개시장 조작 헤드)나 브라이언 색(전 헤드) 등은 시장도 잘 알지만 엄청난 이론적 지식을 가지고 벤 버냉키 의장을 도왔는데, 한은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좋은 일'만 골라서 할 수는 없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금융감독 기능은 실력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실력이 있는 곳에 가야 할 일이다. 좋은 것이라고 실력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비꼬았다.

은연중에 한은은 선진국 중앙은행 직원들의 역량과 비교할 때 '깜'이 안 된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는 평소 생각의 일단을 내비쳤다.

한은이 금융감독까지 맡으면 통화정책 본연의 기능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했다. 심지어는 '망한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김 총재는 "미시 감독은 쉽고 재밌다. 금융기관 사람들에게 얻어먹을 수도 있다. 한은이 감독권을 가지면 다 그것(감독)만 하려 할 거다. 중앙은행에 감독 기능을 주면 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책과 감독 사이에서 모호해진 한은 위상은 지난 98년 한은법 개정 사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독립성을 위해 한은에서 감독 기능을 떼어냈지만 결국 그 독립성이란 함정에 빠져 다시 원상복구를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그동안 추진했던 한은의 개혁은 무엇일까.

김 총재는 '국제화'라고 단언했다.

그는 "외국에서 벌어진 일을 가지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 이건 국제 분석이 아니라 국내 분석일 뿐이다. 글로벌 이슈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분석에 그치지 말고 글로벌 규제 제정시 한은이 직접 참여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은 직원들의 해외 출장은 부쩍 늘어났다. 3급, 4급, 5급 등 이른바 한은 젊은 직원 중 약 100명이 매년 국제회의에 참여한다고 소개했다.

김 총재는 감독 기능이 없는 한은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금융안정위원회(FSB) 아시아 지역자문그룹의 공동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국제화의 씨앗을 뿌린 것"이라며 "10년, 15년 뒤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내년 4월 임기만료를 앞둔 김 총재는 간담회 내내 한은 직원의 역량 제고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를 누누이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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