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동양그룹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5만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들이 동양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CP(기업어음)에 투자했다 낭패를 본 탓이다.

법원은 동양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 살릴지, 청산할 지를 결정하게 된다.

존속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높아 살리는 방향으로 결정된다면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 등이 회생계획안에 담기게 된다.

물론 시일이 걸린다. 다만, 법원이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가급적 빠르게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투자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들이 워낙 많은 탓에 '빚청산' 작업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동양 계열사들이 보유한 자산 가치를 팔면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CP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이전과 이후는 분명한 가치의 차이가 있다는 게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최고 알짜' 삼척화력발전소 = 동양 계열사 중 가장 돈이 되는 알짜 자산으로 평가받는 곳은 동양파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동양파워가 따낸 삼척화력발전소 운영권이다.

완공 이후 연매출 1조5천억원, 영업이익 3천억원을 거뜬히 낼 수 있다고 동양은 자평해 왔다. 업계에서도 화력발전이 '땅짚고 헤엄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커 한 때 1조원 규모의 자산 가치가 있다고 봤다.

동양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목을 메고 국내 일부 기업들과 매각 협상을 벌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삼척화력발전소의 가치가 1조원대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IB 업계 관계자는 21일 "법정관리로 들어가게 되면서 온전히 매수자 우위의 딜이 돼 버렸다"는 말로 동양의 현재 상황이 매우 불리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현 회장은 국감에서 "지난달 27일까지 국내 기업과 동양파워 지분 75%를 3천500억원 수준에 매각하는 것을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 회장의 말대로라면 지분 100%를 매각하더라도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금은 5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법원의 회생계획안에 동양파워 매각안이 담겨 공개매각 절차에 들어간다면 매각 할인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IB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사업 운영권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아 경쟁구도가 커질 경우 가격은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인수ㆍ합병(M&A) 관계자는 "삼척화력발전의 발전 용량 등을 감안하면 일정 수익을 확보하는 좋은 매물임에는 분명하다"면서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STX에너지 보다 가치는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양파워의 매각가치는 6천억~7천억원 수준까지 내다봤다.

삼척화력발전 사업 운영권을 가진 동양파워는 동양시멘트가 55.02%의 지분을 가져 최대주주다. 동양레저(24.99%)와 ㈜동양(19.99%)도 주주다. 3개 회사 모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證, 뚝 떨어진 가치 = 동양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인 동양증권은 이번 '동양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으로 꼽힌다.

계열사가 마구잡이로 발행한 회사채와 CP를 수많은 개인투자자에 불완전판매 했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대규모 소송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대규모 자산이 이탈하면서 영업 기반도 대폭 쪼그라든 상태다. 동양증권 입장에서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자산(나이스신용평가)은 7조4천572억원. 올해 6월말의 14조365억원에 비해 무려 6조5천793억원 급감했다.

동양증권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각각 13.53%와 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별다른 자사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빚잔치'에 나서려면 동양증권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업기반이 축소되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송 리스크를 진 상황에서 제대로된 가치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동양증권은 그간 국내 최대 리테일 기반을 보유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업계 2위권의 지점도 보유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이러한 장점이 모두 독을 품은 화살로 돌아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2천억원 정도만 있으면 동양증권의 새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업계 2위 동양시멘트, 사모펀드 노릴까 = 동양시멘트는 동양 오너 일가가 지키고자 하는 기업으로 꼽히다. 하지만 오너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동양이 54.96%의 지분을 갖고 있고 동양인터내셔널(19.09%)과 동양네트웍스(4.20%)도 지분을 보유했다.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다른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던 동양시멘트지만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시멘트 업계 현실을 감안해 우량과 비우량 자산을 분리해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채권 회수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사모펀드들의 인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기업 가운데 시멘트 주력 기업을 인수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도 있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한앤컴퍼니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대한시멘트와 쌍용양회 지분을 인수한 전력이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전방산업 악화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는 일단 어려울 것이다"면서도 "턴어라운드 능력을 보유한 사모펀드가 저가에 인수해 돈을 더 받고 재매각에 나서는 수순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동양시멘트의 지분 가치를 3천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 끈 떨어진 동양매직 = IB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 동양 계열사는 동양매직이다.

동양이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는데 가장 큰 희망을 걸었던 곳이 동양매직이었다.

인수 대상자까지 선정해 놓고도 결국 동양은 동양매직을 팔지 못했다. 매각 불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은 가치 평가였다.

작년 말 기준 동양매직의 가치는 2천5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됐다. 시장점유율과 영업기반 등을 감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동양과의 교차 지급보증의 문제, 고객이탈, 현금유출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의 가치는 하락했을 것으로 IB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잠재적 인수자가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지분 가치 하락도 불가피하다"면서 "2천억원을 밑돌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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